<사설>조순시장이 할 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조순(趙淳) 서울시장이 버스비리사건에 대해 서울시민에게 사과한 것은 당연하다.사정(司正)의 대명사라 할 포청천(包靑天)을자임하며 당선된 趙시장으로선 휘하 1급공무원까지 비리에 관련되고 서울시의 대중교통정책이 버스업자에 놀아난 이 번 사건을 두고 사과 이상의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趙시장이 왜,어떤 배경에서 이런 대형 비리가 일어났으며,시장이 사전에 인지.예방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인지 등에 관해 심사숙고하여 새로운 업무자세를 보이기 바란다.우리는 지난해 趙시장이 취임 얼마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의 「복마전(伏魔殿)」 이미지를 꼭 씻어낼 것』이라고 다짐한 것을 기억한다.그의 말대로 서울시의 복마전 이미지는 오래 된 것이다.그때 이미 서울시의 그런 문제를 알고 있었는데 취임 1년4개월이 되도록 휘하의 1, 2,3…급 공무원이 줄줄이 관련된 구조적 비리를 시장이 모르고 있었다는건 말이 안된다. 우리가 보기에 이번 사건은 시장이 버스업계의 실태는 물론,자기가 결재한 버스정책의 실제와 자기 부하까지 모르고 있었음을말해주는 것이다.한마디로 趙시장은 붕 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서울시의 교통관련비리는 오랫동안 악명이 높았 는데 시장으로선 당연히 그분야 행정에 경각심을 갖고 실정과 현장을 재삼 확인하고,정책의 사후 감시.감독을 철저히 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趙시장은 지금부터라도 업무파악과 현장확인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듣기로는 趙시장은 각종 행사참석과 강연.회견.출연 등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한다.흔히 사람들은 그런 趙시장의 모습을 보고 이미지관리에 바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복잡한 서울의 문제가 명망이나 이미지로는 해결될 수 없다.
자치단체장은 경영과 행정서비스에 전념해야 하고 시민생활의 실질적 개선을 이뤄야만 업적으로 삼을 수 있다.
우리는 趙시장이 남은 임기에는 휘하 공무원장악과 업무파악.현장확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시민의 실망이 더 깊어지기 전에 趙시장의 시정운영방식에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