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분석] 오바마의 한국 자동차에 대한 오해와 편견…한·미 FTA 연내 비준도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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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대선 현장을 중앙일보 국제부문 취재기자들로부터 직접 들어보는 ‘선택 2008, 미 대선’, 오늘은 강병철 기자와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강 기자, 안녕하십니까.

강: 네. 안녕하세요.

오바마의 한국 자동차 포비아

앵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한국 자동차에 대해 쓴소리를 멈추지 않고 있던데 왜 그런 거죠.

강: 오바마 후보는 선거 기간뿐만 아니라 민주당 경선 출마 전부터 한국 자동차 시장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왔습니다. 오바마가 한국 자동차를 계속 언급하는 이유는 한ㆍ미 FTA에 있습니다. 상원의원인 오바마는 한ㆍ미 FTA를 ‘나쁜 FTA’라고 규정하며 연내 의회 비준에 반대해왔습니다. 한ㆍ미 정부간 합의한 협정대로 FTA가 발효되면 양국 간 자동차 교역 불균형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마지막 대선 TV 토론에 나와서도 “한국은 수십만 대를 미국으로 수출하는데 미국의 수출량은 수천 대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한ㆍ미 자동차 교역 불균형 맞나

앵커: 그럼 한ㆍ미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 현황은 어떻습니까. 진짜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이 심각한 것이 맞나요.

강: 그건 보는 시각에 따라 다릅니다. 판매 대수로 보면 지난해 한국에서 팔린 미국 자동차는 6000여 대였습니다. 반면 미국에서 팔린 한국 자동차는 현지 생산분을 포함하면 76만대가 넘습니다. 그런데 시장 점유율로 봤을 때는 얘기가 다릅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팔린 수입차는 5만3000여 대인데 미국 차가 6000여 대가 팔렸으니깐 시장점유율은 10%를 넘는 수준입니다. 반면 지난해 미국 시장 내 수입차 판매대수는 1600만여 대인데 한국차 판매량이 76만대였으니 점유율은 5%가 안 됩니다.

재주는 미국 차가 돈은 독일ㆍ일본 차가…

앵커: 그럼 오바마가 당선된다면 미국 차가 한국에서 더 많이 팔릴까요.

강: 조심스럽지만 오바마가 당선된다고 해서 미국 차가 인기를 모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1987년 한국이 자동차 시장을 개방한 이후 미국은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거론하며 한국을 압박했습니다. 미국이 앞장서서 시장 개방의 폭을 넓혔지만 그 혜택은 미국이 아닌 독일과 일본에 돌아갔습니다. 재주는 미국 차가 부렸지만 돈은 독일ㆍ일본 차가 가지고 간 셈이죠. 한국 내 수입차 시장이 지나치게 고가 자동차 위주로 돼 있어 미국 자동차에 불리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수입차 시장에서 중저가 자동차의 점유율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지만 미국 자동차가 끼어들 틈새는 없어 보입니다. 특히 미국 자동차 ‘빅3’로 불리는 GMㆍ포드ㆍ크라이슬러 모두가 휘청거리고 있어 브랜드 파워가 더 떨어지고 있습니다.

잘못 입력된 자동차 상식

앵커: TV토론에서 오바마가 고효율 자동차를 언급하면서 한국 자동차를 얘기했는데요. 좀 이상하게 들리던데요.

강: 오바마는 TV 토론에서 “일본ㆍ한국이 아니라 미국이 고효율 자동차를 개발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한 과제입니다(It is absolutely critical that we develop a high-fuel-efficient car that’s built not in Japan and not in South Korea, but built there are in the United States of America.)”라고 주장했습니다. 오바마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이 고효율 자동차 분야에서 선두 주자인 것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한국이 고효율 자동차 분야에서 일본ㆍ유럽, 그리고 미국보다도 앞서고 있다고는 할 수 없거든요. 오바마가 한국 자동차에 대해 이런 평가를 내린 것을 호의적으로 받아드리면 좋겠지만 누가 잘못된 정보를 오바마에게 입력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오바마 후보가 한국 자동차에 대해 제대로 공부를 해야겠군요. ‘선택 2008, 미 대선-중앙일보 국제부문 기자들로부터 듣는다’, 오늘은 강병철 기자로부터 오바마가 왜 한국 자동차를 계속 언급하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강: 감사합니다.

[뉴스방송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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