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달라지는 對北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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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미연례안보협의회가 워싱턴에서 열린다.북한 무장공작원 침투사건 뒤끝이라 서로간에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을 것이다.이번 회의를 계기로 북한의 불투명한 장래에 대비한 한.미 군당국간 정책협의를 강화할 모양이다.요즘 워싱턴 분위기와 맞아떨어지는 구상이다.
미국 대통령선거과정에서 북한문제를 포함한 외교문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그래도 선거직후 미국이 직면할 골칫거리로 북한을지목하는 이들이 많다.지난주 미국의 대북(對北)정책을 논하는 두 회의에 참석해 미국내 대북한 논의가 상당히 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무엇보다도 지난날 북한의 책동에 대해 한국정부가취한 태도를 은근히 못마땅해하던 비난이 다소 수그러들고 있음이눈에 띄었다.최근 한반도 긴장상황이 대한(對韓)정책을 민감하게다루지 않은 클린턴행정부의 실 책(失策)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과도 같은 얘기다.미국내 우려의 목소리는 총체적 어려움에서벗어날 길이 막연한 북한의 향후 행태와도 무관하지 않다.워싱턴의 대북 논의에서 감지되는 또다른 변화도 북한 내부의 근원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
북한을 달래며 적지 않은 문제들을 대화로 풀어보겠다는 포용정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북한 연착륙」주장을 공허하게생각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말이다.
북한내 위기상황과 함께 한.미 관계의 위기를 지적하는 소리가노골적으로 튀어나오는 현상도 놓쳐서는 안된다.다만 한.미 공조의 문제점이 미국인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것이 달라진 부분이다. 워싱턴의 대북 논의는 변하고 있다.그러나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모아진다.바깥을 향한 북한의 앙탈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고 주변국이 이를 수용할 수 없을 때 북측이 보일 행태는 점차과격해질 것이라는 해석이다.
현재와 같은 한국내 분위기에서 대북한 경수로 지원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기대할 수 없다.당사국인 한국이 대북 지원에 난색을 표하는 마당에 11월 선거에서 새로 구성될 미 의회가 대북 중유 제공을 위한 예산지원에 흔쾌히 응할리 만 무다.결국 북한의 북.미 합의 파기로 이어질 한반도 위기상황에 대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은 단순하긴 해도 주목할만한 경고다.현상진단과 한반도 위기론이 공통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해진다.미국선거가끝나는대로 한.미 양국정상은 머리를 맞대고 대북정책목표에서 전략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진력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리고 이같은 노력이 매우 시급하다는 것도 일치된 목소리다.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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