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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막가는 범죄 불안한 치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막가파」라는 20대 범죄조직이 부녀자를 납치,금품을 빼앗은뒤 생매장해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2년전 세상을 놀라게 했던 「지존파」사건을 떠올리게 한다.아닌게 아니라 범인들 스스로가 조양은이나 지존파처럼 『멋드러지게 살고 싶었다』고 범행동기를 말하고 있기도 하다.
서울 한복판에서 이렇게 끔찍하고 대담한 범죄가 저질러질 수 있었다는 것은 요즘 치안에 큰 구멍이 나 있음을 말해준다.그렇지 않아도 지방자치제실시 이후 선심행정으로 각종 단속이 느슨해지고 자치단체와 경찰의 협조도 제대로 되지 않아 갖가지 불법행위가 멋대로 자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그 한가지 예로서울 강남의 일부 유흥가에서는 심야영업은 보통이고 한술 더 떠이른바 삐끼를 둬 취객에게 바가지씌우는 것을 업으로 하는 업소들도 한두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자체나 경찰은 제대로 단속을 않고 있다니 시민들은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느슨한 단속,방치된 불법행위는 범죄의 좋은 온상이다.더구나 현정부가 집권후반기로 접어듦에 따라 사회기강이 해이해지기 쉬운때다.이런 때 치안당국마저 긴장을 풀 경우 불법과 무질서.기강해이는 갈수록 심해져 범죄가 기승을 부리게 될 가능성이 있다.
「막가파」사건도 그런 조짐의 하나거니와 지난 27일 대전에선 한 대학교수가 20대들에게 납치돼 금품을 빼앗긴 사건이 일어난바도 있다.
그런데 한심스러운 것은 사회분위기가 이렇게 갈수록 험악해지고있는데도 일부 층에서는 한껏 들뜬 생활로 범죄를 더욱 부추기고있는 점이다.「막가파」 일당들은 『세상에 복수하고 싶었다.특히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인간들을 증오한다』고 말했다.「내 돈 내가 쓰는데」할지는 모르나 사치와 과소비에 따른 사회적 위화감을이번 사건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정부.여당이 최근 민생치안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폭력조직이 되살아나고 있는데다가 밀수한 총기류까지 나돌고 있는 판이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치안력과 지자체의 행정력을 총동원해 사회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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