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연예계로 가는 등용문’ 기업화하는 얼짱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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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짱대회 참가자들. 모두 연예인 지망생들이다. [5대 얼짱 제공]

 얼굴이 잘생긴 사람을 뜻하는 ‘얼짱’ 10명을 뽑는 대회에 2만여 명의 연예인 지망생이 도전장을 냈다. 2000대 1의 경쟁률이다. 경쟁률만으로는 2008 KBS 신인탤런트 선발대회(170대 1)보다 높다. 구혜선·박한별을 배출한 다음카페 ‘5대 얼짱’이 주최하는 제5기 얼짱대회다. 이번 대회에는 2만여 명의 연예인 지망생과 4000명의 어린이가 지원했다. 프로필 사진을 평가하는 사진 심사와 ‘뽀샵’없는 실물 미팅을 거쳐 12일 서울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본선 대회가 열렸다. 본선 후보 43명 중 10명이 네티즌 투표,심사위원 현장평가, 운영진 심사를 거쳐 11월 초 최종 선발된다.

◆추억의 얼짱에서 애완남까지=순수하게 ‘인터넷 얼짱’을 꿈꾸며 이날 대회에 참가한 사람은 없다. 본선 후보자들은 전원 가수·연기자 등을 준비하는 연예인 지망생이었다.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 재학 중인 김남지(20·여)씨는 7년 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얼짱으로 유명세를 탔다. 1만여 명이 활동하는 팬클럽까지 있을 만큼 인기를 누렸지만 ‘성형수술을 했다’는 인터넷 루머가 돌면서 활동을 중단했다가 이번에 재도전장을 냈다. 최정문(16)양은 과학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얼짱대회에 나섰다. 방송인을 꿈꾸며 인문계 고등학교로 전학한 최양은 “반대하던 부모님이 학교 성적을 상위권으로 유지하는 조건으로 허락하셨다”고 말했다. 탤런트 이동건을 닮은 외모로 ‘애완남 키우기-나는 펫’(코미디TV)’에서 주목받았던 김도혁(21)씨도 이날 대회에 참가했다.

◆기업화하는 얼짱대회=2002년 1기 얼짱이 선발될 때만 해도 프로필 사진에 네티즌들이 추천 댓글을 달면 ‘공인 미녀’로 입소문 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5회째인 이번 대회에는 판도라TV·M연기학원 등 13개 연예관련 업체들이 후원사로 나섰다. 원더걸스를 배출한 JYP도 연습생 선발을 겸해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가했다. 이현섭 카페 총운영자는 “회원 수 40만명에, 얼짱대회가 연예인의 등용문으로 각광받으면서 후원사로 참여하는 곳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얼짱대회가 연예인 선발대회로 규모를 키우면서, 인터넷의 자발적인 놀이문화로서의 순수성은 사라진다는 비판도 높다. 성형외과 두 곳이 후원사로 나선 것에 대한 비판도 크다. 본선 대회를 인터넷 생중계로 봤다는 김주민(26)씨는 “성형외과가 후원하는 것은 자칫 ‘얼굴을 고쳐야 얼짱이 된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뜨거운 연예인되기 열풍=이날 참가자들은 5분 남짓한 시간 속에 자신의 끼를 발휘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본선 대회 없이 실물 미팅으로만 최종 선발하는 어린이 부분 지원자가 4000명이나 되는 것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본선 현장에는 자녀를 응원하기 위해 온 중년 여성들이 조용히 기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연예인되기 열풍이 얼마나 거센지 짐작하게 하는 장면이다.

11월 초 5기 최종 발표를 앞두고, 지난 6일 오픈한 6기 얼짱대회 후보 게시판에는 벌써 100여 명이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카페 측은 1년간 6기 후보를 모집한 뒤 선발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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