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에게 그릇 닦기, 옷 접기 등 소일거리를 줘 운동효과와 성취감을 함께 얻도록 해야 한다. [중앙포토]
◆환자와 싸워선 안 돼=한양대병원 신경과 김희진 교수는 “치매 환자가 정상인과 같은 사고·행동을 한다면 환자가 아니다”며 “예상치 못한 행동에 가족이 과민하게 반응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선 치매라는 ‘장기전’을 오래 지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치매 환자가 엉뚱한 주장을 하면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 준다. 맞서 싸우거나 고치려 들지 않아야 한다. 환자는 기억력이 떨어져 같은 질문을 여러번 한다. 이럴 때도 반복해 대답해 준다. 말 상대하기 ‘답답하다’고 해서 대화를 끊으면 환자의 언어장애가 더 심해진다. 대소변 실수를 하더라도 나무라선 안 된다. 환자는 화장실에서 배변해야 한다는 사실까지 잊어버릴 수 있다. 대변을 손으로 만지기도 하는데 이는 ‘자신이 처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때도 환자의 자존심이 다치지 않도록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최선이다.
◆치매 환자의 운동·식사법=밤에 불안감을 느끼는 치매 환자가 많다. 야간 조명이 필요하다. 화장실을 찾지 못하면 화장실 문에 인형을 달아둔다. 치매 환자와 함께 저녁 식사 뒤에 20~30분간 평지 걷기를 한다. 치매 환자는 운동량이 적어 소화력이 떨어진다. 환자는 그릇 닦기, 걸레 빨기, 옷 접기 등 소일거리를 통해 운동 효과와 성취감을 함께 얻는다.
건국대병원 신경과 한설희 교수는 “치매 환자는 포만감을 느끼지 못해 방금 식사를 하고도 또 하겠다고 고집을 부릴 수 있다”며 “과식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환자의 요구에 응하되 소량씩 여러 번 나눠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아주대병원 정신과 홍창형 교수는 “치매 환자의 ‘안 예쁜’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현재 사용하는 약은 정신병 치료제·안정제·우울증 치료제 등”이며 “한두 알의 약으로 가족내 평화가 찾아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중 우울증 치료제를 제외한 나머지 둘은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 우울증 치료제도 장기간 다량 사용하면 인지기능을 떨어뜨려 ‘밤의 혼돈’ 상태에 이를 수 있다. ‘밤의 혼돈’은 야간에 본인이 어디에 있는지 판단이 안 될 정도로 인지기능이 떨어진 상태다.
◆정신병 치료제 안전할까=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과 정인과 교수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선 노인성 치매 환자에게 정신병 치료제를 처방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국내엔 치매 가족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처방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의사가 더 많다”고 소개했다.
정신병 치료제를 복용하면 치매 환자의 뇌졸중 발생과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최근 영국 런던대 보건대학원 연구진이 7000여 명의 진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신병 치료제를 복용한 치매 환자의 뇌졸중 발생 위험은 정상인의 3.5배에 달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