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산물 HACCP는 걸음마 단계 … 인증 가능한 어류도 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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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산물 HACCP는 아직 걸음마 단계. 다수 전문가로부터 ‘허점 투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위생 선진국 등 다른 나라에서 수산물 HACCP가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제도를 도입해 수산물 안전 확보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CCP(중요관리기준)로 꼽은 것이 항생제 잔류 정도여서 내용적으로도 ‘함량 미달’이다.

HACCP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어류도 제한돼 있다.

수산물품질관리법에 따르면 육상에서 양식이 가능한 넙치·뱀장어·송어·향어 등 네 가지 생선에 대해서만 HACCP 인증이 가능하다. 해상 양식장에서 기르는 어류에 대해선 HACCP 인증을 내주지 않는다. 바닷물에 대한 위생적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미꾸라지·메기 등 담수어도 HACCP 인증을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이들은 일정한 시설이 아니라 논 등 노지에서 주로 양식돼 HACCP를 받을 만한 위생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봐서다.

넙치 등 HACCP 인증이 가능한 네 가지 생선을 양식하는 업소는 전국에 1300곳. 이중 2곳이 올해 처음 HACCP 인증을 받았다.

수산물에 대한 HACCP 인증 기관은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청. 수산물품질관리원에선 양식장과 수출용 단순 수산가공품, 식약청은 내수용 수산가공품에 대해 HACCP 인증 심사를 한다.

수산물품질관리원 품질검사과 장상식 계장은 “양식장 HACCP는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원하는 업체에 대해서만 인증 여부를 심사한다”며 “ 인증을 받으면 HACCP 마크를 붙이고 관련 광고를 할 수 있지만 이것 외엔 해당 업체에 특별히 혜택을 주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HACCP 인증 과정도 식품가공업·도축장 등 다른 분야의 HACCP 허가 절차에 비해 훨씬 간단하다.

업체가 관련 서류를 제출한 뒤 3∼4일이면 HACCP 인증 여부가 결정된다. 여러 전문가가 “양식장 HACCP 인증 과정이 턱없이 허술하다”고 지적하는 것은 이래서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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