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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자형 다리 방치하면 나이 들어 관절염 고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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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을 보며 정확하게 각도를 조절해 무릎 관절 수술을 하는 모습. [연세사랑병원 제공]

‘메뉴가 다양해졌다!’. 음식 얘기가 아니다. 치료술이 발전하면서 과거 모든 환자에게 똑같이 적용하던 치료법이 이젠 개인의 건강상태를 고려한 맞춤형 치료로 바뀌고 있다. 무릎관절 질환을 다루는 정형외과 분야도 다르지 않다. 과거 인공관절을 최선의 치료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환자에 따라 ‘무릎 절골술’이나 ‘인공관절 부분치환술’을 적용해 자신의 관절을 최대한 살리는 시술이 적용되고 있다.

중앙일보 건강팀과 연세사랑병원이 펼치는 ‘관절 사랑 캠페인’ 두 번째 주제는 ‘자기관절 보존술’이다. 어떤 사람이 대상이며, 시술의 장점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어떤 사람이 대상인가=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O자형 다리가 많다. 원인은 골반에 있다. 골반이 벌어지면서 이 부위에 연결된 다리가 함께 벌어지는 것이다.

좌식생활은 O자형 다리를 만드는 주범. 어렸을 때부터 양반다리를 하고 앉으면 골반이 벌어져 후천적 O자형 다리가 된다.

여성의 경우엔 임신과 출산이 다리의 모양을 바꿔놓는다. 골반을 묶는 인대와 근육이 출산 후에도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 않아 골반의 변형이 생긴다.

O자형 다리가 되면 몸의 하중이 무릎 안쪽으로 몰린다. 연골이 쉽게 손상돼 50대에 벌써 관절염이 온다. 특히 초기 무릎 안쪽 관절염을 방치할 경우 무릎 바깥쪽과 앞쪽까지 관절염이 번진다. 이런 환자들은 퇴행성 관절염이 만성화되기 전에 다리의 각도를 재조정하면 자신의 관절로 평생 살 수 있다. 이른바 절골술 대상이다.

50~60대로 관절염 정도가 초기 내지 중기인 환자들은 부분치환술이 알맞다. 예컨대 젊은층은 연골이 건강하기 때문에 초기 연골 손상엔 연골재생술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50대는 관절연골 세포의 활성도가 떨어지고, 연골 손상 범위가 광범위해 자가연골 세포배양 이식술로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또 나이가 아주 많으면 인공관절 전치환술(인공관절로 완전히 바꿈)이 최선의 치료술일 수 있다. 하지만 인공관절로 갈아 끼기엔 아까운 환자들이 있다.

이렇게 연골재생술이나 인공관절 전치환술의 중간 단계인 환자들에게 권하는 것이 부분치환술이다. 연세사랑병원 인공관절센터 김용찬 원장은 “인공관절은 수명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젊은 관절염 환자가 인공관절 전치술을 받으면 장래 재수술을 받을 확률이 높다”며 “가능하면 인공관절 전치술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어떤 시술인가=절골술은 O자로 휜 다리에 금을 내 각도를 맞춘 뒤 다시 붙이는 시술이다.

O자형 다리는 반월상 연골판 파열 등의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관절 부위의 통증을 줄여주기 위해 관절경 수술로 반월상 연골판을 치료하고, 관절염 진행을 막기 위해 O자 무릎을 펴주는 절골술을 병행한다.

과거 절골술은 각도 계산이 정확하지 않아 만족도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엔 인공관절에 이용하는 컴퓨터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이용해 관절의 휜 정도를 정확하게 계산해 절골술을 시행한다.

김 원장은 “이 시술은 50∼60대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발병하는 관절염 환자에게 효과적이며, 자기 관절을 보존하므로 수술 후에도 정상 관절처럼 무릎을 구부리고 등산과 같은 힘든 운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분치환술은 이름 그대로 일부만 인공관절로 대체하고, 나머지는 자신의 관절을 살리는 시술이다.

무릎에는 세 개의 작은 관절이 있다. 내·외측 관절과 슬개-대퇴관절이 그것이다. 퇴행성 관절염의 경우 세 개의 관절 모두 연골이 닳아 없어지는 경우가 70%, 하나만 닳는 경우가 30%를 차지한다. 이 중에서도 한국인은 안짱다리가 많아 내측 연골이 닳아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때 손상된 부분만 인공관절로 바꿔주는 것이 부분치환술이다.

장점은 자신의 관절 기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는 것. 관절 운동 각도가 좋아 무릎을 쉽게 구부리며, 방바닥에 쪼그리고 앉을 정도로 가동성도 좋다. 뿐만 아니라 인대를 비롯한 자기관절의 구조를 최대한 보존함으로써 위치 감각도 유지할 수 있다. 계단오르내리기가 더 쉬워진다는 것.

연세사랑병원 제진호 소장은 “부분치환술은 7㎝ 정도의 절개로도 수술이 가능하다”며 “절개 범위가 작아 수혈량이 줄고, 수술 시간도 짧다”고 말했다. 수술 후 기능이 빨리 돌아와 입원기간을 단축하는 효과도 있다.

정리=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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