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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낸 소설가 김연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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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김연수씨는 "지금 쓰고 있는 소설에 사람들이 너무 관심을 보여 부담스럽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팬터지가 되지 않도록 디테일에 신경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요즘 '잘나가는' 젊은 작가를 손꼽을 때 김연수(34)씨를 빼놓을 수 없다. 김씨는 장편소설 '꾿빠이 이상'과 연작 장편소설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각각 동서문학상.동인문학상을 받았고, '폭발적인' 반응까지는 아니더라도 책마다 1만부 선은 꾸준히 팔린다. 김씨는 경북 김천의 한 빵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최근 펴낸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마음산책)은 '도넛처럼 텅 빈' 자신의 마음 한가운데가 어떻게 해도 채워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 읽어 온 문장들을 모은 것이다. 이덕무의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 중 한도막, 정약용의 '선중씨(先仲氏) 정약전 묘비명', 이시바시 히데노(石橋秀野)의 하이쿠, 랭보의 '취한 배' 같은 것들이다.

김씨는 1930년대 만주를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의 취재와 집필을 위해 중국에 체류 중이다. 책 출간에 맞춰 일시 귀국한 김씨를 지난 6일 만났다. "찡한 문장들은 어떤 기억을 떠올린다. 문장에 얽힌 기억들을 한 기업 사보에 연재했더니 반응이 좋아 책으로 냈지만 워낙 날것이어서 부끄럽다"고 그는 말했다.

책에는 문장과 문장이 떠올린 기억을 풀어낸 산문 35편이 실려 있다.

가령 '아는가, 무엇을 보지 못하는지' 편은 남들 하는 대로 빌린 책들을 도서관에 반납하고 어머니 머리에 학사모를 씌워드리고 나니 모든 게 끝, 말로만 듣던 사회인이 됐지만 여전히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일자리도 구하지 못해 책이나 읽으며 빈둥거리던 '졸업 후 한 반년'에 관한 이야기다.

그 시절 김씨는 고교 재학 때 참고서에서도 읽었던 이백의 '장진주(將進酒)'를 우연히 다시 읽고는 가슴 한쪽이 쿵 내려앉는 느낌을 받는다.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君不見). 아침에 푸른 실 같던 머리가 저녁에 눈처럼 된 것을… 하늘이 나 같은 재질을 냈다면 반드시 쓸 곳이 있으리라. 우선 즐기자. 한꺼번에 삼백잔은 마셔야 한다.'

시에 마음이 움직인 김씨는 동해안 7번 국도로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김씨는 그러나 여행에서 자신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젊은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깨닫는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 김씨는 눈앞의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장편소설 취재를 위해 주말이면 장백산문인산악회와 함께 만주 용정 일대의 산에 오르고, 매일 옌볜대 도서관에서 30년대 생활상이 담긴 자료들을 찾는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김씨의 장편소설 '밤은 노래한다'는 계간 문예지 '파라 21' 봄호에 첫회가 실렸다.

신준봉 기자<inform@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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