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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보호막’ 키우는 리더십에 위기는 저 멀리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4호 30면

Q.지금의 ‘금융 재앙’을 가라앉히기 위한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캘리포니아에서 로버타 렌하트)

잭 웰치 부부의 성공 어드바이스<80>‘위기의 시대’ 벗어날 뾰족한 수가 있나요

A.충격에서 빠져나올 해답은 ‘신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경제가 다시 굴러가려면 ‘자신감 주사’가 절실하다는 데 모든 사람들이 공감합니다. 문제는 지금 워싱턴의 ‘신뢰 저수지’가 말라붙었다는 겁니다.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는 30%를 밑돕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대통령 선거를 몇 주 앞두고 의회 지도자들은 정파적으로 딴 속셈을 품고 이번 위기를 대하고 있습니다. 일부 지도자들은 놀라울 정도로 무모하면서 당파적으로 움직이는 판국입니다.

알고 보면 의사당 건물에서 유일하게 희망 섞인 대책을 내놓은 사람은 헨리 폴슨 재무부 장관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입니다. 지난번 칼럼에서도 말했지만 두 사람은 금융위기의 불을 끄기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습니다. 그러나 투자은행 출신의 폴슨 장관과 아이비 리그의 학자였던 버냉키 의장은 정치적 입지가 약했고, 불행하게도 효과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아무튼 위기 극복을 위한 자신감으로 볼 때 이보다 더 나쁜 상황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탈출구가 있다고 믿습니다. 리더들은 위기 국면에서 강력한 액션으로 신뢰를 재구축할 수 있습니다. 그 액션은 신속하고, 투명하며, 솔직하고, 단순명료해야 합니다. 이런 네 가지 요소가 얽혀 비공식적인 ‘신뢰의 보호막’이 생깁니다. 리더십을 발휘한 대응 조치가 이 보호막과 더 많이 만날수록, 더 많은 신뢰가 자라나지요.

현재 워싱턴 정가를 통과한 몇 가지 조치들이 ‘신뢰 보호막’을 만들고 있습니다. 예컨대 예금 보호를 보면 한도가 10만 달러에서 25만 달러로 높아졌지요. 하루 만에 이뤄진 조치입니다. 4요소 중 ‘신속’입니다. 나아가 사람들이 자신의 생활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명료하게 느낄 수 있는 조치였습니다. ‘단순성’과 ‘투명성’의 실천이었던 겁니다.

마찬가지로 7000억 달러 구제금융 법안에 포함된 3개 부문을 고려해 봅시다. 먼저 여기엔 은행 우선주를 직접 매입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훌륭한 ‘신뢰 증진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조치도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으며, 어떤 일을 하고, 누가 도움을 받는지 오해할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나머지 두 프로그램은 모기지 관련 자산을 사들여서 주택 압류를 줄이고, 은행의 부실자산을 경매 방식으로 매각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두 조치도 장기적으로는 좋은 효과를 발휘할 것입니다. 그러나 신속이라는 기준은 충족시키지 못합니다. 나아가 이행 과정에서 갈등 소지도 있습니다. 예컨대 주택 소유자들이 ‘정부가 이웃의 모기지는 구제해주면서 왜 내 것은 안 해주느냐’고 항의하는 장면을 쉽게 떠올려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금까지 말한 내용은 비즈니스 리더들에게도 중요한 교훈을 던져줍니다. 위기가 닥쳤을 때 ‘지난 몇 년간 나는 얼마나 많은 신뢰를 쌓아 왔나’라고 과거를 돌이켜봤자 이미 늦다는 겁니다. 각 직급의 리더들이 매일같이 말과 행동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의사소통을 할 때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광적으로 매달려야 합니다. 오로지 평이하고, 소박한 진실이 반복돼야 합니다.

만약 좋은 시절이라면 비즈니스 리더들이 신뢰를 구축할 또 다른 좋은 도구가 있습니다. 직원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것입니다. 복도에서 걸어가다가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본능적 수준의 관계를 이릅니다. 리더들은 업무가 완료됐을 때 속내를 털어놓거나, 사람들의 눈을 보면서 말을 건네고, 청취함으로써 신뢰를 쌓을 수 있습니다. 리더들은 의욕적이면서도 아무 조건 없는 만남의 자리를 자주 만들어야 합니다.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들이 누구이고, 무슨 생각을 하며, 동기와 꿈은 무엇인지 말해야 합니다. 리더가 진정성을 보여줄수록 직원들도 진정성으로 답할 것입니다. 이런 진정성이 신뢰를 만드는 것이고요.

11월 4일에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집니다. 신뢰가 다시 워싱턴으로 돌아오길 희망합니다.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지금의 위기는 곧 경고음을 의미합니다. 당장 오늘부터 신뢰를 쌓으십시오. 내일은 너무 늦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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