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 도울 유세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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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단풍이 절정에 이른 캐스케이드 공원은 오후1시가 넘어서면서 붐비기 시작했다.공화당 봅 도울 후보의 유세장은 호반이 내려다보이는 넓은 잔디밭 구릉위였다.연단 뒤로 둥글게 늘어선 대형 스피커가 로큰롤 밴드 음악을 뿜어냈다.빨간색.금 색등의 유니폼을 갖춰입은 학생고적대의 화려한 몸놀림과 연주가 눈에 시도록 현란했다.유세장이라기보다는 춤판이었다.연단 위에 몰려있는 「내빈」과 잔디밭및 주변 언덕에 자리를 잡은 수백여 청중,아빠 무동을 탄 꼬마들,행사진행자,심지어 경 비경찰들까지 음악에 맞춰몸을 흔들었다.찬조연설과 노래.춤.구호등이 어우러지면서 식전행사는 2시간20여분간 이어졌다.오후3시20분쯤 도울 후보가 탄버스대열이 도착했다.환호하는 청중 사이로 흰색 점퍼차림의 도울후보가 모습을 드러냈 다.
그의 목소리는 약간 쉰듯했으나 자신감이 넘쳐보였다.두차례의 TV 토론때 같지 않았다.「야전」의 그는 직설적이고 원색적이었다.그의 송곳같은 혀가 클린턴의 도덕성,민주당 정부의 방만함과세금인상,아시안계 정치헌금을 사정없이 찔러댔다.
『오늘 행사는 바로 클린턴 후보의 은퇴를 위한 파티다.』 도울 후보가 입을 떼자 청중들은 환호했다.
『클린턴의 감세공약.범죄대책.복지약속은 모두 공약(空約)에 불과했다.』 그는 하나하나 수치를 들어 클린턴을 비난했다.『마침내 미국에도 외국원조가 들어오고 있다』고 민주당의 아시안계 정치헌금 수수를 꼬집고 『워싱턴에서 민주당을 몰아내자』는등의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일부 청중의 피케팅에는 「클린턴에 재선의 기회를,단 두번째 임기는 감옥에서」라는 독설도 눈에 띄었다.여론조사에서 도울은 압도적 열세다.그러나 그는『선거는 투표장에서 한다.여론조사가 하는게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백여명은 됨직한 청중은 예외없이 백인들이다.젖먹이,서너살배기에서 중.고생도 자주 눈에 띄었다.전세버스등 「청중 동원」의흔적은 찾기 어려웠다.잭슨시에서 27년간 살아온 메키 태그(38)는 『2백여명의 진행요원중 99%가 나같은 자원봉사자들』이라고 말했다.대통령 선거유세가 동네축제이자 풀뿌리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산교육장이었다.
미시간주 잭슨시=김용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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