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미국문화 <2>게이와 이혼녀, 그들의 아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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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호 07면

미국의 가수 선발 TV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은 지난 6년간 숱한 스타를 배출했다. 그중에서도 클레이 에이켄은 가장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2003년 두 번째 시즌에서 준우승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한 그는 각종 연예잡지가 선정하는 ‘올해의 스타’로 뽑혔고 음반도 수백만 장이 팔려 나갔다.

올해 서른 살인 이 매력 만점의 싱글남이 최근 아들을 낳았다. 아이 엄마는 그의 앨범을 제작한 쉰 살의 여성. 과연 이는 20년의 세월을 극복한 세기의 로맨스일까, 아니면 남자에 고픈 ‘중년의 성공녀’와 돈에 눈이 먼 ‘새파란 야심남’의 절묘한 공생일까. 정답은 둘 다 아니다.

사연인 즉 이렇다. 남자는 오래전부터 아이를 갖고 싶었으나 동성애자였고, 고민 끝에 시험관 시술로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기로 했다. 마침 그의 곁에는 전남편의 반대로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이혼녀가 있었다. 서로의 동의하에 남자는 정자를, 여자는 난자와 자궁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더욱 특이한 것은 이 부부 아닌 부부는 아이의 부모로서 앞으로도 계속 한 지붕 아래 살면서 아이를 함께 양육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사생활은 100% 존중해 상대방이 누구와 데이트하든지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한다. 이 가족, 정말 쿨하다.

이 소식에 많은 사람은 “가족이 장난이냐”고 불편해하겠지만 정작 놀라운 것은 이렇게도 가족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의 발견이다. 이 커플은 오히려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속 썩을 일 없고, 아내의 바가지 때문에 열 받을 일 없으니 부부싸움이 없어 좋겠다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든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시대인 만큼 하나의 잣대로 가족을 정상·비정상의 범주로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늘날 얼마나 많은 가족이 건강하지 못한 관계 속에서도 정상인 척 살아 가는가. 그래도 세상의 모든 부모가 피해 갈 수 없는 질문, 아이가 어느 날 “나는 어떻게 만들어졌느냐”고 묻는다면 이 복잡한 사연을 그들은 어떻게 설명하게 될까? 아이가 부디 상처 없이 자라기를 바란다.


일간지 문화부 기자를 거쳐 샌프란시스코에서 유학하고 있는 김수경씨가 미국 대중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격주로 시시콜콜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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