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時代가다가온다>화교재벌 1位 정저우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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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필리핀계 화교 정저우민(鄭周敏.62.필리핀명 탄유.사진)은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중국인이다.
올해 포브스지가 선정한 화교재벌 순위에서 그는 내로라하는 화상(華商)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자산평가액 1백30억달러(약 10조4천억원),주력산업은 금융과 부동산개발이다.
6세때 가족을 따라 고향 푸젠(福建)성을 떠나 필리핀 작은 어촌에 정착한 뒤 12세때까지 신발을 신어보지 못할 정도로 그는 가난했다.
그로부터 40여년만에 세계 최고의 「중국인 부자」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타이베이(臺北)의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한 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운이 많이 작용했을 겁니다.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지런하고 절약하는 정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요즘도 하루16시간 이상씩 일한다.
최근 미국에서 신장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많이 약해졌지만 아침 일찍부터 일을 챙기는 것은 예전과 다름없다.
그는 「땅의 승부사」다.방직업으로 첫걸음을 내디뎠지만 본격적인 성공은 「땅」에서 거뒀다.
따라서 그에게는 남다른 땅의 철학이 있다.
『시기가 성숙할 때까지 세번 기다리고(3等),누구나 그 땅에대한 가치를 인식할 때까지 세번 참으면(3忍) 땅은 꼭 그 보답을 합니다.』 그의 땅에 대한 집착은 동남아 화교사회에서도 유별나다는 평을 들을 정도다.
추진하는 사업의 규모도 엄청나다.
『필리핀 푸가섬은 곧 동남아 굴지의 자유무역항이자 세계최대의리조트및 관광단지로 조성됩니다.홍콩의 세배에 달하는 넓은 토지에 50억달러를 투자해 연간 관광객 1천2백만명 규모에 국제적상업항구 7개,12차선 고속도로가 갖춰진 꿈의 섬을 건설합니다.97년에 착공,25년동안 공사에 들어갑니다.』 그는 다른 동남아 화교기업인들처럼 중국과 대만,그리고 동남아 각지에 다양한투자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다른 화교기업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부터백인의 돈을 벌어야 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렬하다는 것이다.
『동남아 굴지의 화교기업인들이 주로 현지의 중국인을 상대로 돈을 벌어 성공한 뒤 동남아 또는 기껏해야 중국에 투자해 발전하고 있습니다.푸가섬 개발 외에 나는 미국 휴스턴에 단일택지개발로는 최대인 5만2천채를 짓는 대규모 공사에 착 수할 계획입니다. 이 공사를 계기로 미국시장에 본격 진출,백인을 포함해 세계경제를 주름잡는 유대인들과 경쟁해 보고 싶습니다.』 그는 최근 대표적인 아주신탁(亞洲信託)사를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은행주식을 사들여 미국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전세계적으로 3백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린 鄭회장은 슬하에 5명의 아들과 9명의 딸을 뒀다.
자녀 모두 훌륭한 기업인으로 키우겠다는 생각이다.88년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그의 맏며느리가 된 이혜정(李惠汀)씨도 鄭회장의 신임을 받아 계열회사의 부회장으로 변신했다.
타이베이=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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