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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뷰>연극 "이 세상의 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소설가 장정일의 희곡 3편을 무대에 올린 3편의 연극이 『이세상의 끝』(김철리.채승훈.김아라 연출,극단 무천,바탕골소극장)이란 제목으로 공연되고 있다.인기 소설가의 희곡과 40대의 대표적인 연출가중 세사람이 한 공연을 위해 모였 다는 것만으로도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극단 무천은 지난 5년간 시.청각적인 요소를 새롭게 창조해낸연출과 젊은 연출가.작가 발굴에 매진해온 단체로 주목받고 있다.이번 공연에서는 완전히 다른 연출가 3인의 특색을 맛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들의 특성을 몇마디로 요약할 수는 없겠지만 대사의 정확한 전달과 공간의 섬세한 활용,다양한 공연 시간성의 배치 등에 능한 김철리의 연출이 『실내극』에서 보인다.채승훈은 원작을 조금수정해 『어머니』를 「큰얼굴」이 꾼 꿈으로 변화 시켜 2,3중의 극중극의 환상을 연출했다.그가 즐겨 쓰는 복합구조가,꿈꾸기를 통해 닫힌 현실의 문제를 심화시킨 것이다.가장 복잡하고 할말이 너무도 많은 희곡 『긴 여행』은 김아라에 의해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며 상징과 사실성이 조화.대조되는 여러 연기법과 음향.음악이 연출됐다.내용면에서 보면 서로 통하는 주제들을가진 희곡 세편을 함께 올려 놓았을 때 상호 깊이를 더해줄 수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시도였다.아버지의 부재,모자간의 근친상간,갇힌 세계로부터 의 탈출,근원으로의 희귀 등의 개념을 부각시킴으로써 줄거리가 이어지지 않는 3부작에서 연결 가능한 주제를 보완.강화시켜 통일성을 주고자 했다.
공간설정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실내극』은 아들과 어머니가서로를 먹여살리기 위해 절도와 감옥행을 반복한다.결국 투옥은 「구속이 아니라 해방」이며 감옥은 수도와 복이 가능한 공간이라하며 그 곳에 안주하고자 한다.『어머니』에서는 그 지향하는 공간이 반대다.감옥에서 세상을 그린다.하지만 두사람이 만나고자하는 곳은 자연의 공간과 한 몸뚱아리(어머니의 자궁에 다시 들어감)임이 밝혀져 결코 첫번 작품과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세상속의 두사람은 『긴 여행』에서 내내 쫓기며 맴돈다.하늘.바다.땅(마을)을 거쳐 다시 기차지붕 위로 돌아온 그들은 꿈과 추억속으로 되돌아 가고자 하는 것이다.등장인물 모두가 그들이 살고있는 세상밖으로 떠나고 싶어한다.
좋은 배우를 만나는 즐거움과 때로는 너무 많은 얘기를 들어야하는 부담이 겹치는 공연이었다.
(연극평론가.연극원교수) 최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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