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빠른 발로 PO 첫 승 고지 선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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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의 이대수가 6회 말 3루타를 치고 나간 뒤 환호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두산이 ‘발야구’를 앞세워 먼저 웃었다. 정규시즌 2위 두산은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시즌 4위 삼성에 8-4로 역전승했다. 지난해까지 역대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확률은 75%(24번 중 18번)다. 두산은 4-4로 팽팽히 맞선 7회 말 볼넷 세 개로 만든 무사 만루 기회에서 김동주의 희생플라이와 홍성흔·고영민의 내야 땅볼 때 이종욱·오재원·김현수 등 주자들의 민첩한 주루 플레이로 3점을 뽑아 승부를 갈랐다. 두산과 삼성은 2차전 선발로 각각 외국인 투수인 맷 랜들(두산)과 존 에니스(삼성)를 예고했다.

◆두산 좌타자의 힘=예상했던 대로 왼손타자들의 활약에 양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두산은 1번 이종욱(3안타)·2번 오재원(2안타)·9번 전상렬(2안타) 등 좌타자들이 7개의 안타를 합작하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 3번 김현수도 안타는 없었지만 볼넷 두 개로 출루한 뒤 모두 득점했다.

반면 삼성은 선발 라인업 아홉 명 중 네 명이나 포진한 왼손 타자가 단 두 개의 안타를 뽑아내는 데 그쳤다. 박한이와 양준혁이 1안타씩을 기록했을 뿐 채태인과 최형우는 무안타였다. 오히려 두산 좌타자들을 막기 위해 내보낸 삼성 좌완 불펜 투수 권혁은 7회 이종욱과 오재원을 연거푸 볼넷으로 내보내 패전의 멍에를 안았다.

◆실책으로 무너진 삼성= 12년 연속 가을 잔치 참가의 경험을 앞세워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를 가볍게 제친 삼성이지만 이날은 실책을 세 개나 저지르며 점수를 헌납했다. ‘명품 유격수’라 불리는 박진만이 7회 고영민의 내야 땅볼을 잡았다 놓쳐 2루 주자 김현수의 득점을 허용한 데 이어 8회에도 우익수 최형우가 이종욱의 높이 뜬 타구를 놓쳐 쐐기 점수를 내줬다.

◆치열한 불펜 대결= 양팀 선발인 김선우(두산·2이닝 4실점)와 배영수(삼성·3과3분의2이닝 3실점)가 일찌감치 물러난 뒤 두산은 이혜천과 정재훈·이재우, 삼성은 정현욱과 권혁·안지만 등 필승 계투조를 잇따라 마운드에 올렸다. 결과는 두산의 완승. 두산 불펜 투수들은 4회부터 남은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반면 삼성은 믿었던 권혁과 안지만이 무너지며 역전패의 쓴잔을 마셨다.

◆삼성 징크스 탈출=두산은 이날 경기 전까지 포스트시즌 삼성전 7연패 수렁에 빠져 있었다. 두산은 2004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리한 뒤 3연패해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고, 2005년 한국시리즈에서도 삼성에 4연패로 무너졌다. 두산은 이날 승리로 역대 포스트시즌 특정팀 상대 최다 연패(8연패) 타이 기록의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신화섭·이은경 기자 ,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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