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ELW 투자한 김 과장이 느긋한 이유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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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일러스트레이션=강일구

 자라 보고 한번 놀라면 솥뚜껑만 봐도 떨리게 마련이다. 요즘 파생 금융상품이 그렇다. 내로라하던 미국 투자은행들이 파생상품에 물려 줄줄이 쓰러졌기 때문이다. 파생상품이 고위험·고수익 구조인 것은 맞지만 종류에 따라 위험도는 천차만별이다.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오히려 주식보다 덜 위험하게 투자할 수도 있다. 흔히 위험한 상품으로 알고 있는 주식워런트증권(ELW)도 마찬가지다.

◆‘양날의 칼’지렛대 효과=ELW는 개별 주식이나 주가지수를 미래의 일정한 시점(만기)에 미리 정한 가격(행사가격)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권리를 담은 증권이다. 일반 주식처럼 거래소에 상장돼 현금화도 비교적 쉽다. 종류는 ‘콜’과 ‘풋’ 두 가지다. 주가가 올라야 돈을 버는 게 콜 ELW고, 떨어지면 이익이 나는 게 풋 ELW다. 양쪽 모두 일반 주식 거래에 비해 훨씬 적은 금액으로 투자가 가능하다. 현재 상장된 ELW는 가격이 1000원 안팎인 것도 많다. 한 번에 10증권씩 거래해야 하긴 하지만 1만원 안팎으로 한 주에 50만원이 넘는 삼성전자에 투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지렛대(레버리지)’ 효과가 크다는 게 ELW의 최대 장점인 동시에 위험 요소다. 1000만원을 레버리지 5배 콜 ELW에 투자했다면 5000만원어치 주식을 산 것과 같은 수익이 난다. 적은 투자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주가가 당초 생각과 반대로 움직이면 최악의 경우 투자액을 거의 다 날릴 수도 있다.

◆시간이 돈이다=ELW에는 ‘내재가치’와 ‘시간가치’란 게 있다. 내재가치는 오늘이 만기인 경우 ELW의 권리를 행사했을 때 돈을 벌 수 있는지 여부를 나타낸다. 만기에 삼성전자 주식을 60만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콜 ELW의 경우 현재 주가가 70만원이라면 내재가치가 상당한 셈이다. 반면 현 주가가 50만원이라면 내재가치는 없다. 풋 ELW는 반대다. 내재가치를 정확히 알려면 ELW 1증권으로 주식을 얼마나 살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전환비율을 함께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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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재가치가 없다고 ELW가 곧바로 휴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만기까지 남은 시간도 가치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가가 움직여 수익을 낼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ELW에 투자할 때는 만기가 3개월 이상 남은 것을 고르는 편이 좋다. 또 현 주가와 권리 행사가격이 너무 차이가 많은 종목은 피해야 한다. 해당 종목의 거래가 원활하도록 관리하는 유동성공급자(LP)가 경험이 많고 믿을 만한 증권사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맞춤형 원금보장’가능=주식 투자는 하고 싶은데 수익은 못 낼망정 원금 손실은 절대 안 된다면 ELW가 제격이다. 1억원을 가진 사람이 2년 뒤 이 금액을 유지하는 포트폴리오를 짜보자. 우선 연이율 7%짜리 예금이나 우량 채권에 8730만원만 넣는다. 2년 뒤엔 이자가 붙어 다시 1억원이 된다. 나머지 1270만원으로 ELW를 사면 투자금을 다 까먹어도 원금 1억원은 유지된다. 맞춤형 원금보장 펀드가 생기는 셈이다. 레버리지 효과 때문에 같은 돈으로 주식을 사는 것보다 몇 배 고수익을 노릴 수 있다. 시중에 나온 원금보장형 펀드보다 종목 선택 폭이 넓고, 환매수수료 없이 언제든 현금으로 찾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주식을 들고 있는 사람이 위험을 줄이는데도 ELW가 유용하다. 보유 주식이 장기 전망은 밝지만 외부 악재로 단기적으론 떨어질 것 같다면 무조건 팔아치우기보다 같은 주식의 풋 ELW를 사는 게 낫다. 대신증권 유승덕 파생금융본부장은 “ELW는 아무래도 주식보다 복잡한 만큼 기본적인 내용은 공부하고 시작하는 게 좋다”며 “해당 투자의 위험 수준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인지를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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