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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化인프라를세우자>3.대학로 전문가 평가와 대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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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학로가 그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우리시대가 요구하는 문화인프라로서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화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대학로의 정신만 남을 뿐 결국 대학로라는 물리적 공간은 없어지고 말 것이라는 극단적 비관론도 일부 에서 나오고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은 대학로가 진정한 문화의 거리.공연의 거리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다만 자발적인 정화능력이 있다고 보는 의견과 정화를 위해선 정책개입이 필수적이라는의견등 방법론에 차이가 있다.
◇문화기획가 강준혁(스튜디오 메타)=연극 대관료를 비롯해 대학로의 모든 것이 너무 비싸 가난한 예술가들이 생존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다.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이 모이는 곳에 물가가 오르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고도 본다.문화 가 빠진 명동이 쇠락하는 것을 이미 한번 체험했고 대학로 상인들도 문화없는 대학로에선 상업적인 매력도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때문에 문화와 상업이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무엇보다 「문화의 거리」로 제대로 기능하려면 정책적인 도움이반드시 필요하다.첫째는 꼭 그 자리에 있지 않아도 될 건물인 방송통신대등을 이전시키고 낙산을 개발하는등 밀폐된 대학로 공간을 확대 발전시키는 방법이 있다.
둘째는 사람을 들뜨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머무르게 하는 거리자체에 대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안내판.건물조명등을 정비하고 편히 쉴 수 있는 노천카페를 만드는 것도 생각해봄직하다.
◇건축가 승효상(건축사무소 이로재)=문화의 거리라는 대학로에책방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상징적이다.문화를 미끼로 땀의 의미를 모르는 천민자본이 대학로에 침투한 것이 현재의 양상.
문예회관 건립이라는,어찌보면 김수근이라는 한 건축가로부터 출발해 건축적으로도 의미있는 곳이지만 지금은 추악한 형태만 남아있다.비 피할 공간도 없이 길에 바싹 붙어서서 행인에게 불친절하거나 화려한 외양으로 현혹시키는 건물만 보인다.
이런 구조에서부터 문화의 단절이 일어난다.이를 극복하려면 건물과 건물을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물리적 연결일 수도 있고이웃건물과 조화를 이뤄 서로 어울리는 건축이라는 정신적인 것일수도 있다.
◇김민기(학전 대표)=현상으로서의 공연문화가 대학로에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틀이 잡혔다고 보기는 어렵다.사람이 모이는동기도 공연보다 소비에 있다.
언젠가는 관객도 들고 대중성도 확보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다림으로 아직 대학로에서 버티고 있지만 현실은 불투명하다.정책적 지원이 아쉬운 마당에 오히려 이곳에서 문예진흥기금을 떼가는 실정이다.나라전체의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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