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중수 OECD가입 준비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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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유화라는 대전제 속에서 우리 경제에 타격을 미칠 수 있는요구사항들에 대해 유보를 얻어내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김중수(金仲秀.사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 준비사무소장(공사)은 18개월여동안의 마라톤 협상 끝에 11일 OECD로부터 가입초청을 공식 통보받자 벅찬 표정으로 이렇게 입을 열었다. 「너무 많이 양보한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감당못할 자유화를 감수하면서까지 가입할 이유는 없다는 게 협상의 출발점이었다.OECD의 전체 1백46개 규범중 멕시코는 39개 조항인 반면 우리는 51개 조항이나 유보시키지 않았 느냐』고 반문했다.
청와대 경제비서관으로 있다가 OECD 가입을 진두지휘하기 위해 지난해초 부임한 그는 자신의 OECD대표부 초대 대사설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그동안의 협상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가.
『심사는 철저히 회원국간 비밀회의로 이뤄져 대응전략 마련에 어려움이 있었다.위원회마다 예상질문과 답변을 준비했고 특정 이해를 갖고 있는 국가 대표와는 별도로 만나 설득전을 펼쳤다.』-헝가리등 동구권 국가보다 한국의 협상이 오래 끈 이유는.
『시장경제로의 전환기에 있던 동구권은 백지상태에서 OECD규범들을 수용하면 그만이었다.
반면 세계 11위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는 한국은 그만큼 비중도 높았고 회원국의 관심도 컸다.한국을 OECD규범에 맞추다보니 기간도 오래 걸렸고 까다로웠다.』 -OECD로부터 초청을 받으면 무엇이 달라지나.
『당장 내일부터 OECD가 추진중인 다자간투자협정(MAI) 협상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우루과이라운드(UR)가 세계무역질서를 만든 것처럼 내년 5월 종결돼 세계무역기구(WTO)로 넘겨질 MAI는 새로운 국제투자질서를 만들 중요한 회의다.』 -협상에서 느낀 소감은.
『세계경제의 변화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OECD는 이 세계경제가 하나로 통합되는 과정 안에서 축(軸)역할을 하고 있었다.이번 가입을 계기로 내부지향적 사고를 외부지향적으로 바꿀필요성을 절감했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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