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공비 주민 피살 오대산.탑동리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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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피살된 주민들은 처참한 모습의 싸늘한 주검으로 공비들의 만행을 증언하고 있었습니다.』 10일 오후 피살자들의 시체를 수습하러 강원도평창군진부면탑동리 오대산 자락 재미고개의 속칭 뾰지봉에 올라갔던 평창경찰서 嚴정대 수사과장과 유가족등은 『피살현장은 공비의 만행 흔적이 그대로 남아 섬뜩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嚴과장등에 따르면 李영모(54)씨는 머리를 정통으로 맞아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참히 으깨어져 있었다.엉덩이와 다리에도 빗맞은 것으로 보이는 총상이 있었으며 공비가 달아나는 李씨를 향해 총을 난사한듯 근처 1백년생 참나무 에도총탄자국이 남아있었다.
金용수(45)씨는 1백여 떨어진 곳에서 가슴과 왼쪽팔에 총을맞아 숨져 있었으며 주변 산대나무와 단풍나무 곳곳에 피가 묻어있었다. 金씨는 상하 작업복이 모두 벗겨진채 러닝셔츠와 팬티 차림이었다.
주변에는 공비가 민가에서 훔친 것으로 보이는 감자.피망.꿀이든 잼병.소시지등이 나뒹굴고 있었다.
이곳으로부터 20분쯤 거리의 3백여m 떨어진 곳에 정우교(鄭佑敎.67)씨가 둔기에 이마를 맞고 목졸려 숨진채 낙엽에 덮여있었다. …참혹한 사건현장의 모습이 알려지자 탑골주민들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공비들의 만행에 치를 떨었다.
한 주민은 『꿀이 든 조그만 병이 발견된 것으로 봐서 공비들이 마을까지 온 것처럼 보인다』며 『자칫했더라면 온마을 사람들이 변을 당했을 지도 모르는데 숨진 세사람이 큰 화를 대신 당했다』고 흐느꼈다.
주민들은 또 『鄭할머니가 1주일전께부터 보이지 않았다』며 『공비가 鄭할머니를 소리없이 죽인 것 같다』고 말했다.
숨진 李씨 집에는 군 병력이 빙둘러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가운데 마을 남자들이 한데 모여들어 장례대책등을 협의하는등 마을전체가 연이틀 침통한 모습이었다.
…시체를 수습하러 피살현장에 올라갔던 유족들은 처참한 모습을보고 실신하는등 울음바다를 이루기도 했다.
유족들은 특히 사망자들의 모습이 처참한데다 현장 곳곳에서 핏자국이 발견되자 『공비가 달아나는 사람을 난사한 것같다』며 『이럴 수가 있느냐』고 치를 떨었다.
…주민들은 공비소탕작전중인 군경이 신고에 늑장 대응했다고 주장하며 분통.
주민들에 따르면 숨진 金용수.李영모씨가 이날 오전8시30분쯤버섯과 약초를 캐러간다며 산에 올라간후 9일 오후4시30분쯤 산속에서 첫번째 총성,20분쯤 후 두번째 총성이 울려 李씨의 아들 병선(19)군이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
李씨의 가족들은 군이 즉시 출동하지 않아 친지를 통해 원주에있는 군부대에 신고했으며 첫신고후 5시간여 지난 오후10시쯤 군인들이 처음으로 탑동리에 출동했다는 것이다.
평창=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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