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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개봉되는 영국 영화 "프리스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공륜의 사전심의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전 공륜에서 일부장면이 삭제됐던 영국영화 『프리스트』가 19일 개봉된다.삭제된곳은 젊은 신부가 게이바에서 만난 남자와 벌이는 정사,바닷가에서의 진한 키스 장면등 1분30초 분량.이 부 분을 복원해 상영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여성감독 안토니아 버드의 데뷔작인이 영화는 가톨릭 신부의 동성애가 문제돼 미국 개봉때도 가톨릭계의 반발을 샀었다.그러나 에딘버러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영화에 선정되는등 작품성은 인정받고 있■ .
사실 『프리스트』는 신부의 동성애 장면만을 야단스럽게 문제삼기에는 제기하는 문제가 사뭇 심각하고 진지한 한 특정 인간의 실존적 고뇌에 관한 영화다.
주인공은 영국 리버풀의 빈민촌에 새로 부임한 그렉신부.젊지만보수적인 그는 함께 살게 된 매튜신부가 가정부와 연인관계인 것을 보고 혼란과 회의에 빠진다.어느날 우연히 만난 그레이엄과 사랑에 빠진 그는 동성애의 죄의식으로 괴로워한다 .더구나 의붓아버지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당하고 있는 소녀의 고해성사를 들은후로는 고해성사의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규율 때문에 더욱 괴로워한다. 영화는 그렉신부가 신에 대한 간절한 기도만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이 두가지 고뇌를 내세워 오늘날 교회의 기능에의문을 던진다.가치관이 다양해진 현대사회에서 교리만을 고집하는가톨릭교회의 보수주의와 형식주의에 던지는 도전장이다.
실제 버드감독은 93년 콘돔사용을 불허한 교황의 발언에 분노를 느껴 이 영화 연출을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변화에 적응하지못하는 교회의 교리를 더이상 「신」의 목소리로 생각하지 않는다. 감독의 이같은 생각을 대변하는 인물이 바로 매튜신부.그는 말하자면 현실참여파다.그는 독신선언을 깨고 여성과 사랑하고 동거하며 리버풀의 빈민들에게 가난.폭력.마약등은 개인의 과오가 아니라 사회의 과오라고 역설한다.그레이엄과 카섹스 도중 경찰에발각돼 신문에 보도되는 바람에 자살을 시도했던 그렉신부에게 『사랑은 죄스러운게 아니며 독신 선언은 신의 법칙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설득한다.
교회의 형식주의를 비판하지만 기독교적인 용서와 구원으로 끝맺음하는 『프리스트』는 요즘 가장 사회성이 강한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영국영화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한편 이 영화의 개봉과 함께 잘린 부분들이 「복원」될 수 있을 까 관심을 모으는 영화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감독의 72년도 문제작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파리에서의…』는 정사장면중 여성의 체모가 드러나는 부분 세곳을 안개처리해 미성년자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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