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출사 이성복과 함께하는 ‘자전거 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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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리된 민원 서류 보는 이성복


자출사 멤버로 김달자(김포를 달리는 자전거) 활동도 열심히 벌이고 있는 이성복 씨가 워크홀릭과 함께 좀 더 재미있고 유익한 자전거 생활을 안내합니다. 자전거 도로가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다는 것은 그동안 누누이 지적해왔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도 사고를 피하고 안전한 라이딩을 즐길 방법들은 있습니다. 이성복 씨는 즐거운 라이딩의 명쾌한 가이드가 되어 줄 것입니다.
이성복 씨가 들려주는 첫 번째 이야기는 ‘자전거 민원과 시민패트롤’입니다. 우리나라의 라이더들은 기본적으로 자전거만 잘 타는 게 아니라 도로구조를 살피고 파악하는 데 있어서도 전문가급입니다. 이들은 자전거를 타기에 위험한 도로를 발견하면 이를 곧 시청에 신고합니다. 자전거 민원이 접수되면 빠른 개선을 이끌어내는 역할도 합니다. 이성복 씨에게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았습니다.

Q: 도로에서 발견하는 구체적인 불편 사항들은 무엇입니까?

A: 생각 외에 도로에는 복병들이 많답니다. 우선 장마철이나 비가 많이 온 다음날을 떠올리면 쉬울 겁니다. 도로가 파손되거나 유실되기 쉬운 환경이 되는 거죠. 또 더운 여름에 큰 트럭이 자주 다니는 아스팔트에는 고랑 같은 게 생깁니다. 이게 라이더들에게는 꽤 큰 위험 요소가 됩니다. 도로구조에도 문제가 있죠. 시야를 가릴 정도로 심한 굴곡이 있는 자전거 도로가 의외로 많거든요. 그리고 예기치 못하는 사고들도 도로에서 곧잘 일어나죠.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축구공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사망하게 된 사건이 최근에도 있었답니다. 예전에 도림천에서는 농구장과 자전거 도로를 같이 썼어요. 지금은 물론 농구골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해서 자전거 전용도로로 바뀌었지만요.

도로만 문제가 아니라 도로 위의 사람들도 사실은 문제랍니다. 혹시 한강변의 강태공을 보신 일이 있나요? 이건 불법행위거든요. 낚시할 수 있는 곳을 지정하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단속을 하는 게 옳겠지요.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낚시하는 사람들을 들이받거나, 반대로 낚싯대에 자전거가 걸리는 걸 생각해 보세요. 꽤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답니다. 또 부주의하게 낚시 바늘을 버려두면 타이어에 펑크가 나기도 하죠.

한강자전거도로 개선상태

안양천 새쉼터 개선상태


Q: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나요?

A: 이런 걸 개인이 해결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죠. 하지만 개인이 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답니다. 불편한 점이 발생하면 불평만 하지 말고, 또 귀찮아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야 해요. 그냥 두면 사고 위험이 점점 더 커지기 밖에 더 하나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시민패트롤이 돼서 투철한 신고정신을 발휘하는 거랍니다. 서울특별시 사이트 도시교통본부 사이트(http://child-app.seoul.go.kr:4545/transport_main_02.asp)에 들어가서 필요한 민원을 등록하면 돼요. 사진도 같이 첨부한다면 좋지만, 간단한 설명만 써도 된답니다. 그러면 서울시 같은 경우는 서울시민패트롤 담당자나 해당기관에서 진행사항을 인터넷이나 문서로 알려주죠. 요즘 자전거 인구가 많이 늘어서 그런지 민원 접수는 물론이고 도로 보수에 걸리는 시간도 정말 빨라졌어요. 다산콜센터에서도 제보를 활발히 받기 시작했습니다. 일처리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서울시에서 시민패트롤 대원들을 많이 뽑았어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활동하시는 분들은 많지 않았죠. 그래서 올해는 작년에 열심히 활동하셨던 분들과 새로 60여 명을 선발했습니다. 한 해 동안 활동 이력이 쌓여서 그런지 작년보다 열성적인 패트롤들이 많아졌죠. 올해 패트롤 대원들은 출퇴근하다가 불편사항을 신고하는 게 아니라 정기적으로 패트롤 라이딩까지 한답니다. 항상 다니는 길 뿐만 아니라 이용이 덜 한 길에서도 불편사항들을 찾아내려는 거죠. 그렇다고 저희 패트롤 대원들이 잘못된 점만 눈에 불을 켜고 찾는 건 아니에요. 자전거 도로조성이 잘 돼 있는 곳을 발견하면 이러저러한 게 좋더라는 소문도 많이 내고 다닙니다.

저는 김포에서 능곡으로 출퇴근을 하다보니까 서울시뿐만 아니라 김포시청, 김포경찰서, 고양시청 사이트도 곧잘 들른답니다. 가끔 김포 48번 도로로 출퇴근 할 때 덩치 큰 버스들이 위협을 가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노선번호 시간대 차번호를 기억했다가 김포시청 교통관련부서에 내용을 등록합니다. 어떻게 진행 되는지는 상세히 알 수 없지만 몇 번 그런 일이 있은 후부터 위협을 가하는 버스가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이게 사실은 내 생명을 지키기 위한 신고거든요.^^

특히 고양시청은 저희가 꽤 귀찮게 구는 곳인데, 자전거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를 꽤 많이 하는지 접수 및 처리가 정말 빨라요. 한번은 행주대교 북단 다리 아래가 많이 파손돼 있어서 신고를 했답니다. 그랬더니 담당자가 직접 전화를 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자문을 구하더군요.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를 감지할 수 있었답니다. 자전거 활성화를 위해서 지방자치단체가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는 걸 요새 많이 느낍니다. 물론 부족한 지역도 있긴 하지만요.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내가 민원을 넣은 길을 지나가면 한결 뿌듯해지죠. “이게 내 의견으로 이렇게 좋은 길이 됐어!”

정리 워크홀릭 담당기자 설은영 e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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