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정치" 교과서 오류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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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교육부가 지난해 고교생용 「정치」국정교과서를 제작하면서 국회로부터 『오류가 너무 많아 재집필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도 일부만 수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따라 이 교과서에는▶국회는 헌법에 따라 매년 1회씩 개최되는데도 1백69쪽에 국회법에 의해 소집된다고 기술하고 있고▶동성동본은 촌수와 관계없이 혼인을 못하게 돼있는데도 95쪽에 8촌간에만 혼인을 못한다고 돼 있다.
또 1백76쪽에는 「정당정치의 발달에 따라 의회주의의 위기가발생하게 됐다」고 서술하는등 사실관계의 오류와 논리가 맞지않는문장이 많은데도 현재 고교생들의 교과서로 사용되고 있어 충격을주고 있다.

<관계기사 3면> 또 당시 집필을 맡았던 모교수는 다른 교수의 대학교재를 그대로 베껴 자신의 원고인 것처럼 제출했는가 하면 교수 대부분이 최종원고 수정을 교육개발원 담당자에게 맡겨 이 담당자가 교수들의 원고를 40~50%이상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일선 교사들 사이에선 『국정 교과서 내용이 부실하고 문장도 뒤죽박죽』이라는 지적이 계속돼 왔으나 제작실태가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 이재도(李在都)사무차장은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정치교과서의 초교본을 넘겨받아 이중 국회관련 부분만 검토했는데 한마디로 엉망이었다』고 비판했다.그는 『도저히 교과서로 사용할수 없으니 처음부터 재집필하라고 강력히 요구했지만 교육 부가 시간이없다는 이유로 부분적인 수정만 한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지법 A부장판사는 이 교과서의 Ⅱ단락 「시민생활과 법」부분에 대한 검토 의견에서 『문장이 산만하고 부적절한 사례들이 많은 데다 너무 전문적인 법률용어들을 남발하고 있다』며 『고교생용 교과서로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고 말했다. A판사는▶99쪽 「민사소송법에 의한 조정」은 내용자체가 틀렸고▶63쪽 「소멸시효와 취득시효」,69쪽 「교통사고 뇌사자」는 사례로서 내용이 부적절하며▶67쪽 소크라테스에 대한 설명은앞뒤 문장이 모순되고▶87쪽에선 최근판결이 아니라 69년과 71년의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들고 있는 점등을 지적했다.
또 이 교과서 Ⅳ 단락중 「(1)공공수요와 정책의 과정」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정길(鄭正佶)교수의 정책학원론을 대부분 그대로 베낀 것이다.
한편 정치교과서 제작을 총괄했던 한국교육개발원 김왕근(金王根.교육학)박사는 『교수들이 보내온 글중 상당수가 엉망이어서 조교들이 대신 쓴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었다』며 『교과서 제작비용이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교수.교사들이 아무도 참여 하지 않으려해 친한 교사 5명과 상의해가며 원고를 수정했다』고 말했다.
김종혁.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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