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록밴드 열기 부활-열린공연무대로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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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요사이 많은 록 음악인들이 대학가를 향해 눈길을 돌리고 있다.안치환.윤도현등 록가수와 시나위.크래시.블랙홀.블랙신드롬등 록밴드들은 대학가의 가을축제에서 가장 환영받는 손님들이다.이런경향은 지난해말 시나위의 서울대공연,넥스트의 이 화여대공연,크래시의 연고제 공연을 도화선으로 지난 봄 축제때는 전국 대학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현상이다.
공연내용과 구성에 대한 평가는 논외로 하더라도 기성 록음악인들과 천지인.조국과 청춘등 민중운동권 출신 록그룹이 한 무대에올라 화제를 모았던 「자유」공연과 후속 순회공연등 굵직굵직한 공연들이 무대를 대학 캠퍼스로 선택하고 있다.많 은 대학들은 총학생회 차원에서 기성 록음악인들을 초청,기획공연을 벌이기도 한다. 지난 4일 한양대에서 열렸던 「참된 시작」공연이 그 예.박노해 시인에 대한 후원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이 공연에는 신해철.윤도현과 새롭게 결성된 록밴드 이스크라가 공연료를 받지 않고 출연했다.
또 9일 건국대를 시작으로 경희대(10일).서울대(18일)에서는 배드 테이스트.드럭 밴드.토마토.시나위등이 출연하는 록 페스티벌 「소란」이 열린다.
뿐만 아니라 록 음악 감상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연주하려는 대학생이 늘어나 대학가요제가 대학사회의 큰 관심사가 됐던 70년대 후반과 같이 각 대학에는 수많은 아마추어 록밴드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90년대에 접어들면서 문화적 진공상태에 빠져든대학가에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경향이다.서구 문화.상업음악이란이유로 대학사회에서 배척받던 록음악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현상은 겉으로 보기에는 통기타 가수들이 대학문화 의 큰 맥을 형성하던 70년대 초반을 연상케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각은 다양하다.많은 이들은 80년대식 저항문화.민중문화를 대체할 「대안」(얼터너티브) 문화로 록음악을 상정하면서 그 전진기지로 대학이란 공간을 바라본다.이같은 입장은 최근 일군의 문화평론가들 사이에서 하나의 담론을 형성하고 있는데,이들은 록음악에 내재된 하위문화.저항문화로서의 속성과 기성질서에 대한 생리적 거부를 주된 소재로 삼아온록음악의 변천사에 주목한다.
반면 실제로 록음악을 연주하는 이들은 이와는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듯하다.일상적인 공연공간이 절대부족한 상태에서 록음악이 대중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대학가를 선호하는 것이다.영국.미국등 록음악의 본고장에서는 클럽문화 가 활성화돼록음악의 저변을 형성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소규모 클럽에서의 라이브공연이 식품위생법등의 규정에 의해 제도적으로 봉쇄돼 있다. 또 「시끄럽고 무질서한 음악」으로 인식돼 TV방송은 물론 FM 방송으로부터 소외당하고 있는 국내 현실에서 록음악의 주된수요계층인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은 대학 캠퍼스 외에는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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