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위협' 우리 태세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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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이 또 우리를 위협하고 나섰다.갖가지 형태로 도발하고 위협하는 것은 북한이 상투적으로 해온 일이다.그러나 2일 판문점(板門店)비서장회의에서 무장공비를 돌려보내지 않으면 『가까운 시일에 보복하겠다』는 위협은 심상치 않다.여러가지 측면에서 종전의 돌출행동과 다른 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전례없이 직접적이다.그동안 남한에 대한 위협은 방송등 선전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돼 왔었다.그러나 이번 경우는 군사정전위의 비서장인 미군장교를 직접 대면해 미국이 간여하면 미국에까지 보복하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다.이처럼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위협은 94년 남북한 회담석상의 「서울 불바다」발언이래처음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북한의 위협수위가 짧은 시일동안 강도를높이고 있다는 점이다.처음에는 무장공비를 돌려보내라는 요구가 전부였다.그러나 사흘뒤인 26일 자기네에게 보복권리가 있다고 하더니 바로 다음날 『천배,백배 보복하겠다』고 강도를 높였다.
그리고 나서 2일 판문점에서와 같은 위협이다.
북한이 이같은 위협을 하고 나서는 이유는 여러가지로 짚어볼 수 있다.잠수함을 통한 공작원침투가 명백해지면서 곤경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국면전환용 술책일 수도 있다.또 긴장상황을 조성함으로써 미국을 북한과의 평화협상으로 이끌어내기 위 한 카드의 성격도 배제할 수 없다.그렇게 함으로써 최근 대북(對北)정책에서 이견을 보인 한.미(韓.美)관계를 이간시키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뿐만 아니다.94년 「서울 불바다」위협에서 겪었듯이 우리에 대한 심리전의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우리 내부의 긴장상태 기피심리를 자극해 북한에 대한 강력대응 기세를 꺾겠다는 기대다.
고도의 다목적 카드인 셈이다.문제는 북한이 상황에 따라 이러한카드의 효용을 높이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집단이라는 점이다.그런 면에서 국지적 도발이나 테러를 통해 위협을 행동화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올들어 판문점의 무력시위,서해의 북방한계선 침범등은 북한의 위협이 있고 나서 실현에 옮겨진 것들이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우리의 안보태세가 강화되고 단호하면 북한은 더이상의 도발에 나서지 못했다.완벽한 국방태세,동맹국과의긴밀한 협조,심리전에 말려들지 않는 냉정한 자세만이 북한의 위협을 꺾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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