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의료기기, 당신의 건강을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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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개인용 의료기기에 대한 품질 만족도 조사결과 60.8점으로 낙제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영희 의원에게 제출한 ‘개인용 의료기기 소비자 품질 만족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용 의료기기에 대한 종합 만족도는 60.8점으로 2007년 조사당시 60.5점과 비교할 때 개선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기기 부작용은 해마다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식약청의 수거 검사는 제자리걸음이고, 의료기기에 대한 거짓·과장광고도 여전히 소비자의 피해를 유발시키고 있다. 허가 받지 않은 목적으로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처벌이 어려워 의료기기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대책이 미흡한 실정이다. <편집자 주>

◆ 의료기기 부작용 증가세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제출한 ‘의료기기 부작용 보고 현황 및 수거검사 현황’자료에 따르면, 2004년 1건의 부작용 보고가 2005년 13건, 2006년 25건, 2007년 76건, 올해 9월초까지 78건으로 전년 수준을 훌쩍 넘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식약청의 의료기기 부작용에 대한 수거검사는 2006년과 2007년 각 1건, 올들어 2건에 불과했다.

의료기기를 제조한 제조원이 자체 수거 검사한 경우도 2005년 3건, 2006년 5건, 2007년 7건 올들어 1건 등 총 16건에 불과했다. 즉, 지난 2004년부터 금년 9월초까지 총 193건의 의료기기 부작용 보고가 있었지만, 실제 수거 검사한 경우는 식약청 4건, 제조업체 16건 등 20건에 불과했던 것이다.

◆ 통증완화기가 뱃살퇴치, 피부재생기로 둔갑

또한, 지난해부터 의료기기의 불법 허위·과대광고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광고사전심의제가 시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의료기기 거짓·과대광고로 2008년 상반기에만 83건이 적발됐다.

적발된 주요 사례를 보면, 의료기기 판매를 위해 일명 ‘무료체험방’을 차려놓고 방문한 소비자에게 혈액순환 개선에 사용되는 개인용전위발생기를 ‘노화방지 및 탈모예방, 성인병 치료’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과대광고하거나, 병·의원이 홈페이지를 통해 근육통 완화에 사용되는 개인용조합자극기나 레이저조사기 등을 ‘뱃살퇴치, 체지방 분해, 관절염증 제거, 피부재생 활성화’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허가 받지 않은 효능·효과를 광고하는 것이었다.

◆ “식약청, 실효성 없는 대책만…”

식약청의 처벌은 경미해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식약청은 단속을 통해 행정처분 47건, 고발행정처분 병행 5건으로 총 52건의 행정처분을 했으나 대부분 당해품목 광고 업무정지 4개월 또는 판매업무 정지 2개월의 실효성 없는 처분으로 끝났다.

최영희 의원은 "지난 6월에 식약청이 발표한 의료기기 규제개선 과제를 보면, 의료기기법 위반업소에 대한 업무정지 처분을 과징금 부과처분으로 전환하는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며 "위반업소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하여 더 이상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식약청이 오히려 규제를 완화하려는 것은 소비자의 피해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진료 시, 허가받지 않은 용도로 의료기기 사용해도 불법이 아냐”

의료기관에서 의료기기를 허가 받은 목적 이외로 사용하여 발생한 환자들의 피해도 심각하다. 통증치료로 허가가 난 의료기기를 비만치료나 피부치료에 사용하는 경우 등이다.

그러나 현재 의료기기법에는 이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어, 허가받은 목적 이외로 의료기기를 사용해도 이에 대해 단속이나 처벌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허가 받은 내용으로만 사용하라는 규정이 없어,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더라도 불법이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이에 대한 단속이나 처벌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허가를 받은 이상, 허가 받은 사항 이외로 사용하여 진료하더라도 무허가로 볼 수 없어,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영희 의원은 “피부가 벗겨지고, 부작용이 발생하는 등 잘못된 기기사용으로 인한 환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고, 이에 대한 언론보도 및 시민단체의 고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청 및 보건복지가족부가 병·의원에서 얼마나 허가 외 의료기기 사용이 이뤄지고 있고,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실태파악 조차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처벌할 근거를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최영희 의원은 “의료기기 허가외 사용으로 인한 의료사고 및 피해접수 현황을 보건복지가족부에 요구했으나 복지부는 자료가 없다고 하며,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조차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개탄했다.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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