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내가 버려졌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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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그날도 오늘처럼

이렇게 햇살이 따스했나요.

30년 전 봄,

분홍색 포대기에 싸여

내가 버려졌던 날.

'여아. 키 74cm.몸무게 8.5kg

신상정보 없음.

생후 10개월 추정'

노란 머리, 파란 눈의

자상한 양부모.

부족함 없는 생활이었지만

철이 들면서부터

가슴 한 구석을 찌르던

질문 하나.

왜 나를 버렸나요.

나를, 사랑하지 않았나요.

"미워, 무책임해."

소리도 질러봤지만

원망이 커질수록

그리움도 커지더군요.

지난해 가을 딸을 낳아

처음 품에 안는 순간,

알게 됐어요.

아이를 떠나보내는

어머니의 가슴은

피멍과 상처로

가득하리란 것을.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30년 만에 이렇게 돌아왔어요.

"이해해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

이젠 스스로를 용서하세요."

처음으로 소리 내

불러보는 이름,

어머니.

만나고 싶어요.

*두 살 때 노르웨이로 입양된 마리안 하워스(31.사진)가 친어머니를 찾고 있다. 하워스는 1974년 4월 21일 경기도 포천군청 뒤편에서 발견됐다. 올해로 우리나라에서 해외 입양이 시작된 지 50주년이 된다. 그동안 20만여명이 14개국으로 입양됐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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