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분수대

다이아몬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아프리카 서남부에 있는 시에라리온엔 다이아몬드가 축복이자 저주였다. 5000만캐럿 이상의 다이아몬드를 생산한 이 나라는 끝없는 내란에 휘말려 있다. 1991년 혁명연합전선(RUF)이 무장투쟁을 일으킨 이후 분쟁의 핵심은 다이아몬드로 변질됐다. 정부군과 반군 모두 다이아몬드를 팔아 무기를 구입하고 있다. 이들은 광산을 확보하고 다이아몬드를 채굴하기 위해 인종 청소 등 무자비한 짓을 서슴지 않는다. 당초 무장투쟁의 명분은 사라지고 다이아몬드 확보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인근 라이베리아.앙골라.콩고민주공화국 등도 이 분쟁에 연루돼 있다.

미국 의회 보고서는 90년대 이후 아프리카 서남부의 다이아몬드 분쟁 때문에 370만명이 목숨을 잃고 600만명이 난민이 됐다고 밝혔다. 이곳의 다이아몬드를 '피의 다이아몬드(blood diamonds)'라고 부르는 이유다. 다이아몬드는 테러리스트의 자금 세탁에도 활용됐다.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조직이 이 지역의 다이아몬드 거래를 통해 테러 자금을 확보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영원한 사랑의 상징인 다이아몬드에 피냄새가 가득 배어 있다. 다이아몬드 업계는 뒤늦게 '분쟁지역의 다이아몬드'를 거래하지 않겠다고 나섰다. 2001년에 발표된 이른바 킴벌리 프로세스다. 국가의 허가를 받아 채굴된 다이아몬드만 거래해 피냄새를 없애겠다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피의 다이아몬드 거래를 감시해온 영국의 비정부기구(NGO) 글로벌 위트니스는 최근 킴벌리 프로세스가 업계의 선전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킴벌리 프로세스가 뭔지도 모르는 다이아몬드 거래상이 많더라는 얘기다.

계속된 광산 발견에도 다이아몬드는 가장 비싼 보석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독점업체나 다름없는 드비어스가 원석을 마구잡이로 사들여 수급(需給)을 조절했기 때문이다. 허생의 수법이다. 드비어스의 지하창고엔 40억달러 이상의 다이아몬드가 쌓여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다이아몬드는 루비나 사파이어보다 싸졌을 것이라고 '다이아몬드 잔혹사'의 저자 그레그 캠벨은 주장한다.

결혼이 많은 5월이다. 다이아몬드를 원하는 5월의 신부들에게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권한다.

이세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