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가 몸통을 뒤흔들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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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호 04면

수입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4) 사장은 요즘 하루가 일 년 같다. 대기업에 납품한 원자재의 수입대금 결제일이 다음주 초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달러가 1100원대이던 한 달 전 그는 19억원을 송금해 약간의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1400원까지 오른 지난주 초엔 송금액이 2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는 “환율 탓에 하루에도 몇 번씩 회사가 망했다가 살아났다가 한다”며 “도대체 무슨 난리냐”고 하소연했다.

환율 미스터리…원화값만 폭락하는 이유는

환율 널뛰기가 도를 넘어섰다. 장이 열리기 무섭게 30~40원씩 오르내리고 마감 때까지의 등락폭이 200원을 넘나드는 날까지 있다. 일년 내내 환율이 60원 떨어졌던 지난해에 견주면 딴 나라 상황을 보는 듯하다. 임기영 한국외국어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20여 년간 경제학을 배우고 가르쳐 왔지만 설명이 난감하다”고 했다. 경제규모나 외환보유액·경상수지 등 경제 펀더멘털(기본여건)로 본 적정 환율을 너무 많이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달러당 적정 원화환율이 1100원을 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최근의 환율 하락폭은 사실상 국가부도 상태인 아이슬란드와 비슷할 정도다.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8월 초 이후 단숨에 30%나 폭락하는 동안 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 등 과거 외환위기를 함께 겪었던 동남아 국가들의 통화는 5% 안팎 절하되는 데 그쳤다. 임 교수는 “정책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가운데 해외펀드 헤지 수요와 키코 사태, 은행 신용도에 대한 의문 등 세 가지 요인이 과도한 쏠림을 부르는 뇌관이 됐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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