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히스패닉, 매케인에 속속 등 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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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종인 히스패닉(라틴아메리카 출신 이민자)이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

매케인이 과거와 달리 대선 과정에서 강경한 이민정책으로 돌아서면서 히스패닉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미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가 9일 보도했다. 여기에 경제 위기가 히스패닉 저임 노동자에게 직격탄을 날리며 경제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게 지지가 몰리고 있다.

갤럽이 5일 히스패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케인 지지율은 26%로 오바마(6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8월 조사 때보다 매케인은 5%포인트 떨어지고, 오바마는 10%포인트 오른 것이다. 매케인 지지율은 2004년 대선에서 제한적인 이민정책을 내세웠던 조지 W 부시 대통령(40%)보다 낮다. 이로 인해 히스패닉 인구가 많은 플로리다·뉴멕시코·콜로라도·네바다주 등에서 오바마가 앞서며 매케인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매케인은 애리조나주 출신 상원의원으로 불법 체류자를 구제하는 내용의 이민법 개정안에 찬성하며 히스패닉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매케인의 친이민 성향은 보수 공화당원들과의 갈등을 불렀다. 매케인은 공화당 지지표를 결집하려고 대선 과정에서 불법 이민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오바마는 불법 체류자를 포용하는 정책을 펴 히스패닉의 표를 끌어 모으는 데 성공했다. 히스패닉이 많은 지역에서는 스페인어로 TV 광고를 내보내 공화당의 반이민 정책을 이어받은 매케인을 공격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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