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공비 침투사건 관련 四面楚歌 북한,유엔서 억지 반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무장공비 침투사건과 관련,정부가 유엔을 통한 대북(對北)「압박외교」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무력도발」이라는 한국측 주장을 유엔총회에서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섬으로써 이번 사건을 둘러싼 남북한 공방이 유엔에서 본격화하는 양상 을 보이고 있다. 지난 26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측 대표인 최수헌외교부부부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려연방제가 유일한 통일방안이며 이를 위해서는 현 정전협정을 대체할 미.북 잠정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가 전제되어야 한 다는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 하는데 그쳤다.국제사회의 따가운 여론을 의식,최대한 신중한 태도를 보인 셈이다.
그러나 다음날 공노명(孔魯明)외무장관의 유엔총회 연설을 계기로 북한의 태도는 정면대응으로 돌아섰다.
孔장관은 이번 사건을 「뻔뻔스러운 군사도발행위」로 규정하고 『이번 사건은 북한이 모든 수단을 동원,무력적화통일을 추구하고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북한을 강력히 규탄했다.
孔장관 연설이 끝나자 북한은 침묵을 깨고 맞대응에 나섰다.
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인 김창국은 유엔총회 진행규칙에 규정된 「답변권」(right of reply)을 활용,『기관고장으로 표류한 잠수함을 무장침투로 조작함으로써 의도적으로 남한이 남북한 대결과 긴장국면을 조성하고 있다』면서 한국 측 주장은 「새빨간 날조」라고 공박했다.
지난 23일 발표된 북한 인민무력부 대변인 담화를 안보리 문건으로 회람시켜줄 것을 요구하는 정도의 소극적이고 수동적 수준에 머물렀던 유엔내 북한대응이 정면대응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은국제여론을 동원한 정부의 북한 숨통조이기가 유엔 에서 그만큼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26일 뉴욕에서 열린 한.미.일 3국 고위협의회에서 확인됐듯 이번 공비침투사건의 안보리 정식의제 상정은 시간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일이 전폭적 지지와 협조를 약속한만큼 대북 규탄결의안이나의장성명이 안보리에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중국의 태도가 관건이지만 지난 25일 뉴욕에서 열린 미.중 외무장관회담에서 첸치천(錢其琛)중국 외교부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한 국정부 입장에이해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표결이 이뤄지더라도 중국이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정면대응으로 유엔내에서 남북한간 공방양상이 조성되고 있지만 이번 사건에 관한한 북한의 대응논리는 국제사회에서 전혀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배명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