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검찰에도 '빠떼루' 줘야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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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검찰이 30일 시작되는 정기 국정감사를 앞두고 갑자기 부산해졌다. 경찰에 맡겨놓았던 신한국당 이명박(李明博)의원에 대한 수사를 서울지검이 직접 맡아 나서는가 하면 해외도피중 극비 귀국한 「카지노 황제」전낙원(田樂園)씨를 거의 한달이나 병원에 놔두더니 24일 갑자기 소환조사하는등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검찰은 『당초 스케줄에 따른 조사일뿐 다른 뜻은 없다』고 극구 해명하고 있다.그러나 최근의 검찰권 행사는 누가 봐도 석연치 않은 구석 투성이다.
인력이 모자라 李의원 수사를 경찰에 맡긴 것이 사실이라면 姜총장이나 田씨에 대한 수사는 이제 일손이 남아 갑자기 하게 된것일까.특히 田씨의 병세는 주치의에 따르면 한달전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오히려 『급사할 위험이 있어 최소 2 ~3개월은 조사는 고사하고 절대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소견을 보내오기까지 했다. 그동안 검찰간부들은 『한동안 수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수없이 했다.실제로 田씨는 검사실에서도 누운 상태로 제대로 조사도 받지 않은채 4시간만에 되돌아 간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신병처리의 형평성 문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검찰측 이 앞장서 중범죄 피의자의 병세를 걱정하고 검찰의 소환수사를 불구속처리를 위한 통과의례로 만들어버린 처사는 참으로 볼썽사나운 모습이었다.
이밖에 호화외유 국회의원들에 대한 수사 논란도 그랬다.
일부 의원들의 고가 외제품 구매실태는 언론이 당초 보도했던 것보다 심한 것으로 내사결과 드러났지만 내사를 중단해 버렸다.
그 배경에 대해 검찰은 『국감을 앞둔 미묘한 시기인데다…』라며말끝을 흐리고 있다.
검찰이 미루어오던 현안에 대한 수사를 갑자기 서두르는 이유는국감을 앞두고 야당의원들의 공세를 의식한 때문이라는등 해석이 분분하다.
법조계 일각에서 『검찰이 과거 정권에서 수출 목표의 초과 달성을 위해 연말에 집중 처리했던 밀어내기식 수출처럼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는 비난과 함께 『검찰에 「빠떼루」를 줘야 한다』는 비아냥이 나돌고 있다는 사실을 검찰간부들은 간 과해선 안된다는 생각이다.
신동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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