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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학군보다 환경선호 뚜럿-주거문화 새바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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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회사원 金모(29)씨는 심각할 지경에 이른 서울의 공기와 물때문에 부인의 건강이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는 것같아 전원주택행을 결심했다.직장까지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다는 생각에 수도권 일대를 쏘다니고 있다.金씨 는 『내가 출.퇴근때 고생하더라도 아내의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면 그 고생쯤이야 문제될 게 없다』고 한다.90년대 중반들어 주택에 대한입맛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성냥갑같은 공동주택보다 단독주택으로,같은 공동주택이라도 전원형 주택으로,도심의 단독주택보다 전원주택으로,소유보다 거주개념을 중시해 임대주택으로 수요자의 발길이 옮겨가고 있다.
주택 2백만호 정책에 따라 신도시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아파트붐이 일었으나 불과 몇년만에 「탈(脫)아파트,탈 도시화」로취향이 달라지고 있다.
다른 신도시와 달리 전용주거지역이라는 단독주택촌이 조성된 일산신도시.
정발산공원의 앞뒤를 둘러싸고 있는 이곳엔 아파트생활에 염증을느낀 중산층들이 앞다퉈 모여들고 있다.
이들은 서구식 목조주택이나 통나무집.돌집등 「나만의 집」을 연출하고 있다.심지어 근처 아파트를 팔고 이 곳으로 이사하는 사람도 많다.
같은 공동주택이라도 도심권은 기피한다.학군보다 주거환경이 우선이다.올들어 분당이나 일산신도시의 아파트 전세가격이 폭등하는원인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신도시 뿐 아니라 고양 탄현.용인 수지.남양주 덕소.구리 인창지구의 수요자는 서울사람들이 80%이상을 차지한다.
도시인들이 전원주택을 선호하는 것은 이제 일반화된 현상이다.
전원주택바람은 양평.남양주.용인.김포.파주등 수도권뿐만 아니라대구.울산등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은 2000년을 전후해 철도.도로등이 환상망처럼 완비될 예정이라 교외에서 출.퇴근하는 미국식 근무형태가 일반화될 날도 멀지 않았다.
90년대 들어 토지공개념 관련 제도및 세제강화,토지및 주택전산망,부동산실명제등 각종 투기 억제장치가 가동되면서 주택시장의안정세가 지속되자 주택에 대한 개념도 바뀌고 있다.
괜히 갖고 있어봤자 세금만 물 뿐 가격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이없어지자 무리해 내집을 마련하자는 사람보다 현재 가진 돈으로 셋방살이도 마다 않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정부가 실평수 25.7평 초과규모의 아파트를 임대할 수 있도록 제도정비를 서두르는 것도 이같은 변화를 읽은 것이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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