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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강 수놓는 유등 4만 개 … 관광객 220만 ‘유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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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크고 작은 4만여 개의 유등(流燈)이 강물을 울긋불긋 물들이고 있었다. 강폭 200m에 진주성 주변 길이 1㎞에 이르는 ‘2008 진주 남강 유등축제’ 행사장은 황홀한 무대로 변했다. 둔치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메운 관광객들이 밀려 다닌다. 12일까지 계속되는 축제장 곳곳에서는 세계 각국의 민속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세계 풍물등 전시장 앞 둔치. 싱가포르의 상징 조형물인 ‘머라이언’ 유등 앞에서 싱가포르 단체 관광객들이 사진 찍기에 열심이었다. 머라이언 상은 머리는 사자, 몸통은 물고기 모습을 한 상상의 동물로, 고대 싱가포르를 거대한 폭풍에서 지켜 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가족 10명과 함께 온 린퍼이 창(54·싱가포르 법무부 공무원)은 “싱가포르의 상징물을 한국에서 유등으로 보게 될 줄 몰랐다. 고성(古城)과 강, 유등이 어울려 너무 아름답다”고 말했다.

7일 밤 남강을 수놓은 유등을 감상하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몰렸다. 논개·호랑이 등 우리 역사·문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과 세계 20개국의 상징물이 형상화된 다양한 유등이 선보였다. [송봉근 기자]


진주시가 집계한 외국 관광객은 지난해 1만 명. 올해는 1만2000명으로 잡고 있다. 시가 1∼7일까지 집계한 전체 관광객은 100여만 명. 행사가 끝날 때까지 220만 명이 다녀갈 것으로 예상한다.

◆밤의 축제 주효=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축제 1200여 개의 95%는 낮에 펼쳐진다. 진주 유등축제는 해가 진 뒤 유등에 불을 밝히면서 시작해 새벽 2시까지 펼쳐지는 밤의 축제다.

관광객들은 불을 훤하게 밝힌 쓰레기통등 안에 쓰레기를 넣고, 진주성 정문인 공북문(拱北門)의 실물 크기(가로 20m×세로 8m×높이 15m)로 만든 공북문등 앞에서 감탄사를 쏟아낸다.

한국등 분야에선 불을 뿜는 용등, 팽이 내부의 등불을 돌려서 팽이가 도는 것처럼 보이게 한 팽이놀이등이 인기다. 마차등과 말등에는 어린이들이 올라타고 “이∼랴”를 해 볼 수 있을 정도다. 진주성 전투를 표현한 논개·군졸 모양의 등이 있고, 호랑이·도깨비·잉어와 같이 우리 민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등으로 형상화했다. 세계 풍물등은 20개국의 상징물과 풍물을 등으로 꾸몄다. 드라큐라 백작등(루마니아), 자유의 여신상등(미국), 풍차등(네덜란드)이 대표적이다.

진주 남강 유등축제 서영수 본부장은 “각자의 소망을 등으로 풀어내자는 등 축제의 취지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에너지”라고 말했다.


◆경제적 효과는=배재대 정강환(관광·이벤트경영학과) 교수는 “관광객들은 흔한 주간형 축제보다 야간형 축제를 좋아한다”며 “밤늦도록 축제를 즐기다 보면 자고 갈 수밖에 없어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진주시는 유등축제 관광객 1명의 평균 지출액을 5만원으로 추산한다. 관광객 200만 명이 찾았을 때 1000억원대의 경제 유발효과를 창출한다.

자신의 이름과 염원을 적어 강물에 띄우는 소망등은 유료다. 개당 1만원을 받는 소망등을 올해 2만3000개 팔아 2억3000만원의 수입을 올리는 등 모두 8억7000만원의 자체 수입을 올렸다. 올해 총 행사비 21억2000만원의 41%를 차지한다. 행사장 주변의 ‘본토 비빔밥’ 주인 김경숙(48·여)씨는 “평소 하루 50∼100여 명씩 오지만 유등축제 기간에는 500∼1000명으로 10배쯤 불어난다”고 전했다.

진주시는 2005년부터 행사 기간 동안 해외 바이어를 초청해 실크와 장생도라지 등 지역 특산물에 대한 수출 상담회를 열고 있다. 바이어들에게 유등 축제를 보여주면서 계약 실적을 높이려는 의도다. 올해는 해외 14개국 38명의 바이어들과 진주 지역 중소기업체 22곳이 상담을 벌여 4000만 달러가량의 수출 거래 의향서를 교환했다.

진주=김상진 기자 , 사진=송봉근 기자

7일 진주 남강 유등축제를 찾은 외국인들이 자신의 소원을 적은 등을 매달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진주 유등=임진왜란 진주성 전투(1592년) 때 김시민 장군은 3800여 명의 병력으로 왜군 2만 명과 대항했다. 당시 성 밖의 의병 및 지원군들과 군사 신호로 하늘에는 풍등(風燈)을 올렸고, 남강에는 등불을 띄워 왜군의 도강을 저지하는 데 사용했다. 평소에는 진주성 안에 있는 병사들이 남강 하류 쪽 마을의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는 통신수단으로도 사용했다고 한다.



“외국인, 자기 나라 상징한 등 보면 감동”
축제 키운 정영석 시장

 “자기 나라의 대표적인 상징물이 등(燈)으로 만들어진 것을 보고는 해외 관광객들이 신기해합니다. 한 번 다녀간 외국인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해외에서도 유명해졌어요.”

정영석(62·사진) 진주시장은 진주 유등축제를 직접 구상하고 예산을 집중 지원해 유등 축제를 키운 주인공이다. 내무부와 경남도에서 공무원 생활을 한 그는 2002년 7월 시장으로 부임하자 지역 문화제인 ‘개천예술제’에 학생들의 참여 행사로 끼어 있던 유등놀이를 분리해 단독 축제로 만들었다. 당시 1억원의 예산과 도비·국비 1200만원으로 어렵게 시작했다.

“당시 유등놀이를 축제로 만든다고 하니 다들 회의적이었지요. 하지만 진주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개천예술제 유등놀이에 참가할 때마다 가슴이 뛰었던 추억을 많은 사람과 나누면 성공할 것 같았습니다.”

그는 이듬해 시비 지원을 4억5000만원까지 늘리고 국비·도비를 보태 8억6700만원으로 행사를 치렀다. 올해는 총 행사비가 21억여원이 될 정도로 커졌다. 늘어난 예산을 주로 유등 제작에 투입했다. 국내 기술이 부족한 부분은 중국의 기술자들을 초빙해 작업을 맡기고 우리 기술자들이 배우도록 했다. 지금은 우리 기술자들이 난이도가 높은 등도 만들어 낸다.

정 시장은 “그동안 축적된 기술로 유등공방을 만들어 다양한 유등을 판매할 생각”이라며 “축제 기간이 아니더라도 유등 제작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 유등을 산업으로 이끌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주=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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