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방 명문 나고야대 노벨상 올해만 세 명 배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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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일본의 지방 명문인 나고야(名古屋)대가 노벨상 수상자를 한꺼번에 세 명이나 배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는 그동안 최고 명문인 도쿄(東京)대와 교토(京都)대 출신이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도쿄대가 세 명, 교토대가 다섯 명에 이른다.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고바야시 마코토(小林誠·64), 마스카와 도시히데(益川敏英·68)는 나고야대 이과계를 졸업했다. 화학상 수상자인 시모무라 오사무(下村脩·80) 미국 보스턴대 명예교수도 1960년대 나고야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조교수를 역임한 경력이 있다.

더구나 고바야시와 마스카와는 나고야대를 졸업한 뒤 해외 유학의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다. 특히 마스카와(교토산업대 교수)는 해외에 나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수상식 참석을 위해 이번에 여권을 처음 만들기도 했다.

인구 220만 명의 지방 도시에 있는 나고야대가 노벨상 수상자를 무더기로 배출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인 특유의 포기할 줄 모르는 도전 정신과 정부의 국립대 지원 체제 덕분이다. 이번에 노벨상을 수상한 일본인 학자들이 1950~60년대 나고야대에 재학할 당시 일본에는 “기초 과학은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헝그리 정신’에 가득 차 있었다. 전쟁에서 패망한 뒤 가난한 시절이었기 때문에 실험 도구는커녕 참고할 만한 연구논문도 구하기 어려웠다.

이런 시대적 배경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이 대거 몰려든 곳이 제국주의 시대 일본 정부가 부국강병을 위해 설립한 7개의 옛 제국대학이다. 이 중 도쿄·교토·도호쿠(東北)대는 이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이번에 나고야대가 그 대열에 끼었다. 나머지 오사카(大阪)·규슈(九州) ·홋카이도(北海道)대 등도 지방 교육의 거점이다.

노벨 화학상(2001년) 수상자로 나고야대 교수를 역임한 노요리 료지(野代良治·70) 이화학연구소 이사장은 “당시 몰려든 우수한 학생들의 연구성과가 이제 결실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며 토론할 수 있는 나고야대의 학풍도 노벨상을 쏟아낸 밑거름이 됐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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