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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언론인 포럼 주제토론-아시아문제 보도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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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안재훈 중앙일보 전문위원=퓰리처상 수상자이며 아시아 통으로유명한 미국의 언론인 스탠리 카노는 요즘 『미국의 아시아화』라는 책을 저술중이다.그는 책에서 호놀룰루.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 아시아적 가치가 점 차 보편화돼가면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논하고 있다.
아시아가 경제적으로 성장하기 이전에 아시아 혹은 아시아 가치라는 문제는 미국인의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시아의 가치문제를 보도하는 방향에 대해 논의하면서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보도 가치는 존재하는가,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 역시 끊임없이 의식해야 한다.
이와함께 인터넷의 보편화가 정보흐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도 짚어보아야 한다.앞서 인터넷의 보급이 동서양의 영향력 차이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오택섭교수의 지적에 공감한다. ▶그레고리 셰리던 호주 오스트레일리안 국제부장=우선 자기자신을 제대로 이해하는 문제가 중요하다.아시아 문제 보도도 마찬가지다.아시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부터 논의해야 한다.우선아시아가 스스로를 서구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능 력을 갖추는것이 중요하다.우리는 우리 스스로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들이 있는 만큼 이 문제가 어려운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이를 서구특히 미국에 적극적으로 알려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만은 벌써 이러한 일을 잘 수행하고 있다.미국과 오래 전부터 맺어둔 자연스러운 연계가 이런 일을 가능케한다.
서구 통신사와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아시아 언론이 자유롭고 정확하고 신뢰할만한 뉴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이를통해 비록 모든 종류의 편견에서 자유롭다고는 단언할수 없을지라도 객관적 보도로 명성을 얻고 있는 BBC 같은 보도매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윌리엄 맥건 홍콩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편집장=아시아 가치를 서구언론들은 주로 정치적 시각에서 바라본다.그러나 아시아 가치에 대한 아시아인들의 생각은 정치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 측면도 담고 있다.서구 특히 미국 언론들은 이 에대한 배려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미국 언론의 보도가 대다수 미국인의 관점을 보도하는 것이라 볼 수는 없다.서구 언론은 정치적 이슈나 시각을 특히 부각시키려는 경향이 있다.이 문제는 영원히 고치기 어려운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서구 신문이 여론형성에 중요한 매체인 것은 사실이나 대중에 전파되는 영향력이나 속도를 따지자면 TV나 할리우드 영화가 훨씬 높고 효과적이다.미국 TV와 할리우드 영화가 아시아 가치를표현하는 방식은 한마디로 우왕좌왕이라고 할 수 있다.이것부터 고쳐야 한다.
▶구엔 콩 쿠엔 베트남 뉴스 편집인=본인의 신문사 역시 통신사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동시에 아시아 통신사 역시 서구 뉴스원에 대한 지나친 편향이라는 아시아 신문이 가지는 불만에 대한문제의식을 동일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양측이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상태인 것같다.
베트남에는 51년의 전통을 가진 통신사인 베트남 뉴스 에이전시가 있다.중국의 신화(新華)통신이나 일본의 교도(共同)통신 역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통신사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이번 「아시아 언론인 포럼」과 유사한 모임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또 최근에는 필리핀에서 아시아의 여러 통신사 관계자들이 회합을 갖고 「아시아가 아시아에 대한 보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본인은 이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제안하고자 한다.
그것은 아시아 통신사와 신문사간에 적극적 제휴를 통해 우리의시각과 우리의 관심을 다른 세계에 설명하자는 것이다.
▶바라트 부산 인도 힌으로 알고 있다.또 최근에는 필리핀에서아시아의 여러 통신사 관계자들이 회합을 갖고 「아시아가 아시아에 대한 보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본인은 이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제안하고자 한다.
그것은 아시아 통신사와 신문사간에 적극적 제휴를 통해 우리의시각과 우리의 관심을 다른 세계에 설명하자는 것이다.
▶바라트 부산 인도 힌두스탄 타임스 편집인=서구 통신사들을 포함해 최근 인도에 진출하기를 희망하는 외국 신문사와 통신사들이 다수 있다.본인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여러분에게 던지고자 한다.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우리는 거부해야 하는가 ,아니면 수용해야 하는가.또 서구 통신사와의 제휴가 아시아에 대한 서구의영향력 비대화를 가져올 것인가,아니면 국내 통신사의 경쟁력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하는가.
▶칼리드 메무드 파키스탄 네이션 편집인=다국적 통신사 설립이기본적으로는 언론 발전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그러나 동시에 서구 통신사와 비교해서 아시아 통신사의 경쟁력이 다소 처진다는 문제가 지적돼야 할 것이다.
이같은 에이전시 설립 분위기는 냉전종식 이후 조성되기 시작한것으로 생각한다.
***보도내용 균형찾아야 ▶오택섭 고려대 교수=지난 76년 아시아 각국 통신사들이 연합해서 비동맹뉴스에이전시(NANAP)라는 다국적 통신사를 설립한 적이 있다.취지는 좋았으나 사소한이견으로 의도했던 결실을 보지 못하고 와해됐다.지금 생각해 보면 아시아 국가간 다국적 통신사를 설립해서 운영하기에는 여러 조건이 무르익지 않았던 때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청입셍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 편집인=다국적 통신사 설립 문제는 역시 재정과 밀접히 연관된 문제라 생각된다.만약 다국적 통신사 설립으로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있다고 판단됐다면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호주의 셰리던이 지적한대로 우리의 지적 자원을 아시아 밖으로상품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적극 동의한다.이를 위해서는 정보가 자유롭게 교류돼야 할 뿐만 아니라 보도내용이 정확하고 균형을 이뤄야 할 것이다.그러나 이 역시 해결하기 쉬운 문제가 아니다. 아시아 국가의 언론들이 극복해야할 장애가 있다.그것은 주요뉴스를 보도하고 분석함에 있어 구하기 쉽고 잘 씌어진 서구의 분석 틀에 먼저 의존하려는 경향이다.
우리는 어느덧 부지불식간에 헤어나기 어려운 정도로 이런 습관에 젖어 있는지 모른다.
우리의 지적 자원을 어떻게 가공하고 서구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논의함과 동시에 우리의 습관부터 철저히 부정하고 고쳐야 할 것이다.
▶황차오쑹 대만 중국시보 사장겸 편집인=우리의 논의 이전에 다음과 같은 전제조건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아시아 관점」이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문제다.우리가 과연 정치적 사안에 대해 합의하고 있는가.모든 국가가 동일한 정도의 언론의 자유,그리고 정치 민주화를 이루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둘째,우리는 아시아 이외의 세계를 우리의 시각으로 분석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다.대만에는 40여개의 신문사가 존재하는데 그중 흑자를 기록하고있는 신문사는 단지 6개사에 불과하다.외국 지사는 대부 분 한사람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우리의 비즈니스는 속도가 곧 힘이다.인터넷이 보급됨에 따라 과거와 비교해서 외국의 뉴스를 신속히 보도할 수 있게 됐지만 다음과 같은문제가 남아있다.
***취사선택은 자질문제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제공하는 아시아 신문사는 아직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는 것이다.정보 기술의발달이 언론에 큰 영향력과 충격을 주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사실이다.그러나 그것이 언론 수준의 향상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오히려 그것은 기자 개인에게 달린 문제다.정보 과잉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보도해야할 기사를 선택하고 상황을분석하는 것은 기자에게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윌리엄 맥건=언론사 역시 「이익을 남길 수 있는가」라는 현실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이 포럼이 아시아 언론사들이 긴밀한 유대를 다지고 나아가 구미 언론사에 대한 경쟁력을 키울 수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청입셍=「아시아 관점」에 대해 단일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아시아 모든 지역의 입장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아시아의 보편적 관점이 무엇인가에 대해 논의해보자.
▶칼리드 메무드=유럽 각국 역시 다양한 역사.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지만 유럽연합(EU)같은 통일된 체제를 이루지 않았는가.아시아도 마찬가지로 통일된 관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쟝샤오가오 중국 인민일보 총 편집주임=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제11회 아시안 게임의 슬로건은 「위대한 아시아의 시대」였다.21세기가 아시아의 시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미디어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다.이 번 포럼이 아시아 국가 간의 차이점을 좁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고지마 아키라 일본경제신문 논설 부주간=아시아라는 개념은 아시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고대 페르시아 사람들이 만든 개념이다.우리가 최근 널리 쓰는 이웃의 개념 또한 미국이 퍼뜨린 것이다.현재는 상호의존의 시대다.우리는 막대한 자 금을 이웃나라에 투자하고 있으며 경제적 역동성을 공유한다.
▶청입셍=그런 측면에서 이웃에 대한 정보가 더 없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과거의 뉴스 시장은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곳이었지만 현재 뉴스 시장의 수요자는 양질의 뉴스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우리의 책임은 이들의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다. ***다양한관점 수용해야 ▶칼리드 메무드=홍석현(洪錫炫)중앙일보 사장이 언급한 「태평양 시대」라는 말의 함의에 깊게 공감하면서 한편으로 「영어의 아시아화」를 촉구한다.
▶김정기 한국외국어대 교수=평소 특정 이슈가 문제될 때마다 마치 소방수가 불을 끄듯 황급히 달려와 보도하고는 곧 잊어버리고 마는 「소방수 저널리즘」이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생각해왔다.이런 관행이 굳어져 깊이 있고 포괄적인 보도를 찾기어려운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테라퐁 에카초테 태국 타이라트 국제부장=구미의 시각을 벗어나 아시아 문제를 보도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서구 통신사를 인용한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선 큰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개인적으로 이러한 현상이 세계화의 한 과정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빈센트 링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포스트 편집국장=현실적으로서구 통신을 먼저 사용한 후 현지 전문가의 분석을 덧붙이는 것이 문제를 극복하는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바라트 부산 인도 힌두스탄 타임스 편집인=아시아 관점이라는 개념이 모든 것을 다 포괄하는 개념이 될 경우 개념으로서 효용성을 상실할 것으로 믿는다.기사를 서로 교환해 사용하도록 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한다.
▶그레고리 셰리던=서구 저널리즘 혹은 아시아 저널리즘이라는 경계를 굳이 나눌 필요가 있을까.사실 저널리즘은 동.서양을 초월하는 개념이다.이 자리에서 제기되는 언론에 대한 불만이 미국에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청입셍=단일한 아시아 관점을 수립하는데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았으면 한다.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최근 싱가포르의 통신사 설립에 드는 비용을 추산해본 적이 있는데 무려 20억 싱가포르 달러라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사업이라는 결론이 났다.
현재는 서구 통신사와 전면적 경쟁을 벌일 단계는 아닌 것으로생각된다.단계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아시아의 뉴스를 보도할 때 서구 통신사와 속보 경쟁을 벌이기 보다 질적으로 깊이 있는 보도를 하는 쪽으로 승부해야 할 것이다.
***기자간 교류도 필요 ▶김영희 중앙일보 국제문제 대기자=좋은 말씀 깊이 감사드린다.단일한 아시아 관점이 정의하기 어려우며 저널리즘이 동.서양을 초월하는 개념이라는 것에 대해 의견이 모아진 것 같다.이 포럼이 매년 실속있게 진행되기 위해 필요한 좋은 제 안을 바란다.
▶황차오쑹=다음 포럼에는 AP나 로이터같은 서구의 유수한 통신사 대표들도 초청해 자리를 함께 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아시아의 관점과 뉴스를 활발히 교류하기 위해 무료로 기사를 상호 교환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찬성한다.
▶구엔 콩 구엔=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도 이와 유사한 모임을 가졌으나 뚜렷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그래서 몇가지 목표를 세울 것을 제안한다.식민지 유산에서 자유로운 젊은 기자간의 교류도 필요한 문제일 것이다.
▶오택섭=개인적으로 아시아 각국의 보도 성향에 대한 비교 연구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또 국가별로 독자들은 어떤 소재에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가 하는 문제도 흥미있는 연구 주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레고리 셰리던=오늘 이 포럼은 한마디로 「환상적」인 자리였다.앞으로는 논의 주제를 언론 미디어에 국한시키지 말고 다른정치.경제적 문제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토론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김영희=좋은 말씀 감사한다.중앙일보는 향후 여러분들의 지혜로운 의견을 듣고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앞으로 언제나여러분들의 회사에 팩스와 전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적극 응해줬으면 한다.
[정리=박장희 기자]***아시아언론인 포럼 토론 참석자 ^장샤오가오 (江紹高.중국.인민일보 총편집주임) ^고지마 아키라 (小島明.일본경제신문 논설 부주간)^하세가와 가쓰아키 (長谷川.일본 지지통신 편집국장) ^바라트부산 (인도.힌두스탄 타임스 편집인) ^윌리엄 맥건 (홍콩.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편집장) ^테라퐁 에카초테 (태국.타이라트 국제부장) ^청입셍(싱가포르.스트레이츠 타임스 편집인) ^그레고리 셰리던 (호주.오스트레일리안 국제부장) ^디 체덴 이시 (몽골.아르딘 에르크 부편집인) ^황차오쑹 (黃肇松.대만중국시보 사장겸 편집인)^라하트 칸 (방글라데시.다이니크 이테파크 편집인 대리) ^WA 아베이싱해 (스리랑카.ANCL그룹편집이사) ^안토니오 A 안토니오 (필리핀.마닐라 불레틴 지방부장) ^구엔 콩 쿠엔 (베트남.베트남 뉴스 편집인) ^칼리드메무드 (파키스탄.네이션 편집인) ^빈센트 링가 (인도네시아.자카르타 포스트 편집국장)^오택섭 (한국.고려大 교수) ^김정기 (한국외국어大 교수) ^금창태 (중앙일보 편집인)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 ^전육 (중앙일보 도쿄총국장) ^안재훈 (중앙일보 전문위원) ^문일현 (중앙일보 베이징특파원) ^유상철 (중앙일보 홍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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