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자부활전""초록 물고기" 크랭크 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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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주목받고 있는 두 신인감독의 작품이 나란히 촬영에 들어가 화제다.지난해 데뷔작 『닥터봉』으로 한국영화 흥행1위를 차지한 이광훈감독의 두번째 작품 『패자부활전』이 4일 크랭크인 한데 이어 5일에는 작가출신 감독 이창동씨의 데뷔작 『 초록물고기』가 촬영을 시작했다.
『초록물고기』는 박광수감독 밑에서 조감독을 하며 『그 섬에 가고 싶다』『아름다운 청년 전태일』등의 시나리오 작업에 가담,작가주의 영화에 관심을 보여온 이창동씨의 첫 작품인데다 연기에서부터 제작.배급까지 충무로에서 한국의 일류를 자 처해온 인물들이 대거 참여해 각별한 관심을 끈다.
우선 캐스팅이 눈길을 잡는다.한석규.문성근.심혜진이란 주역배우의 구성은 대중적 인기와 연기력 양면에서 최고 카드란게 주변의 평가.여기에 충무로에서 자력으로 성공한 대표적 제작사인 강우석감독의 시네마서비스가 자본과 배급을 맡았다.또 하나 주요변수인 촬영은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객원교수로 초빙된 유영길감독이 맡았다.한마디로 충무로가 15억원이란 만만찮은 자체 자본과 기술력을 총동원해 한판승부를 거는 영화라 할 수 있다.
기획 의도는 조직폭력배 두목(문성근)과 그의 애인(심혜진),그리고 보스의 애인을 사랑하는 행동대원(한석규)의 애증관계를 통해 폭력적이고 공허한 도시적인 삶의 다양한 무늬를 보여준다는것.지식인 이미지의 문성근이 두목 배역을 맡은데 서 암시되듯 액션물에 등장하는 인물의 전형적인 선악 구별을 피하고 인간 내면의 이중성을 그대로 드러낸 점이 작품의 깊이를 느끼게 해준다.이창동감독은 『진지한 얘기를 대중적인 언어로 푸는 문제로 고민했다』면서 『리얼리즘과 누아르적인 요소를 섞어 현실감이 있으면서도 우수가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연출방향을 설명한다.연말이나 설에 맞춰 개봉될 예정이다.
『초록물고기』가 한국영화의 종합적 가능성을 평가받는 충무로 엘리트들의 시험이라면 이광훈감독의 『패자부활전』은 TV스타들이영화 적응도를 평가받는 무대라 할 수 있다.실연당한 청춘남녀의사랑을 소재로 한 『패자부활전』은 황인뢰PD와 콤비를 이뤄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고개숙인 남자』등의 작품을 낳은 작가주찬옥씨가 시나리오를 쓰고 청춘스타 장동건.김희선이 남녀주인공으로 등장한다.이광훈감독은 김종학감독 밑에서 TV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를 연출했고 이장호감 독 밑에서 조감독 생활을 한 인물.두 분야의 특성을 잘 아는 이광훈감독이 신세대 사랑을 다룬 TV의 트렌디 드라마 같은 소재를 얼마나 영화 관객들의 입맛에 맞게 가공해 낼지가 관심거리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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