善友도량 수련결사 발제 영담스님의 사찰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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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비구종단의 깨끗한 가풍을 진작하고 불교의 올바른 사회적 실천을 위해 노력해온 스님들 모임인 선우도량(회장 道覺)이 제11회 수련결사를 「미래사회와 사찰의 역할」이란 주제로 16일부터18일까지 전북남원 실상사에서 개최한다.수련회의 기조강연은 지하스님(중앙승가대학장)이,발제는 법등(도리사 주지).영담(석왕사 주지).현고(송광사 주지)스님이 각각 맡는다.이중 「지역사회에서 사찰의 역할」이란 발제를 통해 지방자치시대 대중과 호흡하는 사찰 기능의 실천적 예를 소개 한 영담스님의 발표를 소개한다. 영담스님은 탈속적 가치를 중히 여겨온 한국 산중(山中)불교의 전통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대중들의 실제생활에 도움을 줄수 있는 지역사회 단위사찰의 「사업」을 강조한다.
즉 사찰을 산중의 기복(祈福)장소로 생각하거나 골동품적 가치로만 여기는 대중의 인식을 바꿔내는 사찰의 주체적 사회.문화사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석왕사를 꾸려가는 영담스님은 지역사회에보탬이 되는 사찰의 역할로 교육.복지.문화 세가지 사업을 꼽으며 자신의 경험을 들려준다.
이에 따르면 첫째,교육사업의 경우 석왕사는 유치원을 개원하고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선재동자단」을 만들어 컴퓨터.서예.풍물등을 가르치며 방학때는 한문을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덕분에 절마당에서는 하루에 수백명의 어린이가 뛰어노는데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사진반.꽃꽂이반.서예반등을 만들어 서로 가르치고 배우도록 하고 있다.
영담스님은 이것이 입시위주로 짜인 학교교육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지역 공공기관으로서 사찰의 한가지 「의무」라고 주장한다.
둘째,복지사업으로 석왕사는 세군데의 어린이집을 운영한다.하나는 절안에 있고 다른 둘은 공단지역인 오정동과 중동신도시 덕유사회복지관안에 있다.이와함께 정신지체아교실.노인대학등도 운영한다. 셋째,문화사업의 경우 전통문화와 불교문화가 상당부분 일치하기 때문에 절집을 지역의 문화공간으로 개방하자는 것이다.특히정월 대보름.칠월칠석.백중.동지등 전통명절때 절마당에서 지역축제를 벌이자고 제안한다.
영담스님은 현재 시주금에만 의존하는 사원(寺院)경제 방식을 바꾸기 위해 주민들과 유기농 농산물 공동구매.판매등의 생활협동조합을 경영하고 있으며,또 사찰 일주문 앞에 부천지역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집도 만들어 그들의 인권보호에도 앞장 서고 있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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