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토바니 오케스트라 7년만에 내한 내달 2일부터 순회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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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나이애가라 폭포처럼 쏟아지는 현악기의 선율」「애무하는 듯한달콤한 톤」「현의 마술사」….
50년대 후반부터 세계 음악팬들의 심금을 울려온 만토바니 오케스트라가 89년에 이어 7년만에 내한공연을 갖는다.10월 7~8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에 앞서 2일 마산,3일 진주,4일 포항,5일 광주에서 순회공연 이 펼쳐진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들려줄 곡목은 샹송 『장미빛 인생』,모로스 작곡의 서부영화 『빅 컨트리』의 주제음악,뮤지컬 『로버타』중 「Smoke Gets In Your Eyes」,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중 「마리아」,영화음악 『제 임스 본드모음곡』『스타더스트』를 비롯해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거슈윈의 『「아이 갓 더 리듬」 주제에 의한 변주곡』등 팝 클래식 넘버들. 특히 만토바니의 독특한 편곡으로 55년에 첫선을 보인『카르멘 모음곡』은 스테레오 LP음반 사상 최초로 1백만장 돌파기록을 남겼던 전설적인 음악이다.또 한국 가요계의 간판스타 패티 김이 특별출연,길옥윤씨의 유작 『인형의 눈물』과 『가을을남기고 간 사람』『서울의 모정』『아도로』등 히트곡을 열창한다.
만토바니 오케스트라는 프랑크 푸셀.퍼시 페이스.폴 모리아 악단과 함께 이지 리스닝과 무드음악의 대명사로 군림해 왔다.보수적 취향의 클래식 팬들로부터는 「치과용 음악」이라는 비난을 받긴 했지만 꿈결처럼 다가오는 현악합주의 벨벳 사운 드는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기에 충분한 위력을 갖고 있다. 비올라와 첼로를 대폭 보강해 풍부한 중저음으로 마치 성당에서 음악을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만토바니 특유의 환상적인 편곡은 시끄러운 록음악과 본격적인 클래식 사이에서 방황하는 성인층들을 매료시켜왔다.
안눈치오 파올로 만토바니는 1906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토스카니니가 이끄는 오케스트라의 악장을 지냈던 바이올리니스트 베네데토 파올로의 아들로 태어났다.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건너간그는 15세때 버밍엄의 한 레스토랑에서 악사로 음악생활을 시작했다.런던 앨버트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프리츠 크라이슬러가 앙코르곡으로 연주한 드뷔시의 『아마빛 머리의 소녀』를 듣고 감명받아 「대중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클래식」을 표방하면서 30년대 탱고밴드를 결성했고 2차세계대전 후 40인조 관현악단으로 재편성해 영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팝스 오케스트라로 발돋움했다.
물론 만토바니가 음악계의 스타로 떠오르면서 무드음악.배경음악의 열풍이 일기 전에도 불면증 치료를 위해 작곡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나 텔레만의 『식탁음악』,에리크 사티의 『가구용 음악』등 무심코 흘려듣기 위한 클래식 음악이 없었던 것은아니다.하지만 근대적 형태의 팝스 오케스트라가 무드음악을 표방하면서 잘 알려진 클래식은 물론 영화음악.민요.팝송을 독특한 편곡으로 연주하는 경향은 라디오방송과 음반등 대중매체의 출현으로 가속화돼 왔다.무드음악의 영역에 서는 클래식과 팝의 경계선또한 무의미하다.그런 점에서 만토바니 오케스트라는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크로스 오버의 원조격에 해당되는 셈이다.
이번 내한공연에는 24년간 BBC 음악 프로듀서겸 지휘자로 활동해온 배리 나잇이 80년 사망한 만토바니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는다.(02)747-8277.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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