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베이징 학술회의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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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회 이틀째인 14일의 남북 학술회의는 전날에 이어 같은 형식으로 진행됐다.평화체제와 군사문제를 다룬 오전회의는 사안이 민감하고 무거운 탓인지 진중한 분위기 속에서 계속됐다.
…남측 주제발표자인 하영선(서울대)교수와 고병철(미국 일리노이대)교수가 남북견해차를 명료하게 지적하자 북한측 대표들은 긴장하는 표정.하교수는 미리 준비한 원고 낭독대신 「평화」란 용어부터 개념정리를 확실히 해야한다는등 4가지 과제 를 제시했는데 주제발표가 끝나자 북측 대표단은 회의실에서 구수회의를 갖기도 했다.
…이번 학술회의를 둘러보기 위해 이곳에 온 통일원 당국자 3명에 대해 북한측이 이례적으로 회의참관을 허용해 눈길.이들은 남북간 합의사항에 따라 당초에는 참관이 허용되지 않았으나 송두율(독일 훔볼트대)교수가 13일 저녁 북측에 이들 의 참석을 간곡히 호소,참석이 가능케 됐다.송교수는 『북한이 남한정부 당국자의 참석을 동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안다』면서 『이는 이번 회의에 임하는 북한측의 유연한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
…첫날회의가 끝난뒤 북측 대표단 초청으로 베이징(北京)시내 유경식당에서 열린 13일의 만찬은 참석자들의 독창.제창.합창과건배.농담등이 어우러져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2시간30분동안 지속.초반에는 서로가 초면인데다 토론때 「 못다한 얘기」에 대한 논란이 반복돼 다소 어색한 장면도 있었다.그러나 북한학자들이 들쭉술 「백두산」을 들고 테이블을 돌며 남측 학자들에게 일일이 권하고,좌석별로 「통일을 위하여」라는등 각종 건배가이어지면서 분위기는 고조.한 북한 학자가 여종업원들을 『금강산에서 온 5선녀』라고 소개하면서 노래를 시켜 좌중은 곧 남북 가요열창대회로 들어갔다.서로 지명하는 형식으로 전참석자들이 한곡씩 뽑았는데 북측은 남녀요리사가 요리사 복장을 한채 『신고산』등 민요를 멋진 율동 을 곁들여가면서 부르도록 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날 남북학자들중 지난해에 이어 재회한 몇몇 인사들은 초행인 학자들을 서로 소개하면서 화기애애하게 분위기를 유도했다.최장집(고려대)교수는 북측 단장인 김구식박사등과 북한의 사회보장제도등 일상사에 대해 환담.김양환(김일성종합대)박 사는 『북한에서도 젊은층의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고 평균수명은 74세정도』라고 설명.
베이징=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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