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영화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주연 방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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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무슨 종교창시 선언처럼 엄숙한 제목.그러나 내용은 「철학책 갈피속에 끼인 누드화」처럼 의외성과 일탈이 넘치는 한국영화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가 21일 선보인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자기의 길을 고집하고 순수하게 사라지는 인물이에요.그래서 극의 중추로 설정됐나 봐요.』 장정일의 원작을 각색한 이 영화의 주연은 『301.302』에서 집착과 강박관념이 심한 인물의 전형을 보여준 방은진(31)이 맡았다.
영화는 불협화음과 즉흥변주가 특징인 재즈와 같이 상식과 관행을 뛰어넘는 기상천외의 구도들로 이뤄져 있다.
스토리는 삼각관계를 축으로 하지만 그 삼각형은 몹시도 일그러져 있다.
괄괄한 연상의 아내(방은진)는 무기력한 남편에게 확실한 애정표현을 닦달하고,남편은 그런 아내를 피해 처제를 짝사랑하며 한숨짓는다.처제는 그 형부의 애정을 이용해 용돈을 챙기며 또래 남자들과 노는데 정신이 없다.셋은 꼭지점 없는 미 완의 삼각형을 형성하며 끝없이 스크린을 맴돌뿐이다.
주인공들의 비틀린 관계로 일관하는 영화는 한강에 스티로폴 판재를 타고 떠내려가는 남편을 비롯해 전원이 목적없는 표류를 하는 것으로 맺는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임신중독임을 알면서도 남편에 대한 사랑 때문에 중절을 거부하며 죽음을 택하는 아내다.결혼전에는 「벌통」이란 별명이 붙을만큼 남성편력이 심했으나 결혼후에는 남편에 목숨을 거는 인상 깊은 배역이다.모든 인물이 회색 의 표류를 하는 것으로 끝나는 원작과 달리 영화는 방은진의 배역으로 비교적 희망을 준다.
감독(오일환)이 『불협화음 속에 자기를 버리고 상대에게 다가가는 재즈 같은 영화』를 표방했기 때문일까.그런 점에서 그녀의배역은 바로 영화의 주제인 셈이다.
출연장면은 38신에 불과하지만 영화의 성격을 좌지우지하는 배우로 커버린 그녀는 최근 몬트리올영화제에서 『301.302』을본 브라이언드 팔머등 유명감독으로 부터 『영화의 시종을 끌고가는 파워있는 배우』라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요즘 선뜻 출연하고픈 좋은 작품이 드물다』고 푸념하는 그녀를 해외의 유명감독 영화에서 보게될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글=강찬호.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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