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플>미군기지 축소 주도하는 오타 知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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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오타 마사히데(大田昌秀.71)일본 오키나와 현(懸)지사는 국회해산.총선실시라는 일본 국내정치 일정과 오키나와(沖繩)주둔 미군지위 협정을 둘러싼 미.일 안보문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인물이다.오키나와 출신이면서 오키나와 문제에 관 한한 타협을모르는 그는 일본-미국-일본의 지배를 번갈아 받아온 오키나와의피해의식과 불만을 대변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류큐(琉球)대 사회학 교수 출신인 그는 특정 정당에 얽매이지않는 무소속이어서 중앙정부에 대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6년전 여러 야당과 시민들의 폭넓은 지지로 당선됐으며 2년전 연임했다.오키나와는 경제력이나 정치적 영향력 면에서 일본에서 꼴찌다.본토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오키나와 출신을 『시마(島)에서 건너왔다』며 깔보는 경향이 남아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일어난 미군 병사 3명의 일본 여학생 성폭행 사건으로 오키나와 주민들의 소외의식에 불이 당겨지자 오타는 『미군용지로 사용해온 땅의 강제사용 경신(更新)협정에 협조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나섰다.『오키나와가 미군 기지를 제공한 덕에 일본의 안보가 유지되고 있으니 중앙정부는 이곳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최근 일본 최고재판소는 미군용지 강제사용에 대한 대리서명 재판에서 오타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8일 실시된 주민투표에서는 절반 이상의 주민들이 그의 손을 들어주었다.오키나와 사범학교.와세다대.미국 시러큐스대를 졸업한 오타는 사범 학교 재학시절 2차대전중 가장 격렬한 전투의 하나였던 오키나와 전투에 참전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추한 일본인』『오키나와의 민중의식』등 많은 저서도 냈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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