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황세희의 몸&마음] 악플족을 교정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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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톱스타 최진실씨의 자살에 악플러들의 악플이 일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높다. 귀여운 요정에서 예쁜 이웃집 아줌마로 다가왔던 고인은 스크린에 등장한 20년 내내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최진실씨 자살 소식을 듣고 난 이후 일이 손에 안 잡힌다.” “그녀와 일면식도 없는데도 마치 친구를 잃은 것처럼 허전하고 슬프다.” 그녀의 자살 소식이 전해진 지난 목요일 오후엔 연예계와 무관한 내게도 친구들로부터 이런 내용의 전화가 몇 통 걸려왔다. 나 역시 같은 심정이었다.

이처럼 그녀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과 달리 악성 루머와 댓글을 만들고 퍼뜨렸던 악플러들의 심리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걸까.

정신의학적으로 우선 그들은 대부분 내면세계가 ‘열등감’으로 가득 차 있다. 자신의 못난 점은 직시하고 개선시키는 게 원칙이고 바람직하다. 하지만 열등감이 심할수록 자신의 문제점을 인정하는 일은 고통스럽다. 또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얻을 자신도 없다. 급기야 ‘나는 잘못이 없고 못나지 않았다’고 편하게 마음먹기로 작정한다.

그런데 눈앞에 장애물이 보인다. 바로 잘난 사람들의 존재다. 어느 순간 그들로 인해 자신의 초라함이 증폭된다는 피해의식이 생기고 마음속에선 분노심이 치민다.

‘그래, 내 모습이 이 정도까지 못나 보이는 이유는 잘난 저들의 존재 때문이야’.

이때부터 그들은 잘난 이의 몰락을 기대하며 하루하루를 지낸다. 행여라도 그들에게 불행이 닥친다면 ‘그것 봐, 잘나봤자 별 것 없지’란 안도감을 느끼기 위해서다. 하지만 자신이 바라는 불행은 왠지 그들을 빗겨가는 듯싶다. 차츰 초조해지면서 ‘안 되겠다, 나라도 그들을 불행하게 만들어야겠다’ 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때부터 이들은 악성 루머를 만들고, 남이 만든 루머를 발견하는 즉시 사방으로 퍼뜨리면서 만족해한다. 본능적 공격성이 충족되기 때문이다.

물론 악플러 모두가 열등감의 화신은 아니다. 예컨대 타고난 품성이 고약한 인격장애인에겐 내적인 갈등 없이도 그저 남을 괴롭히고 그들의 고통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다.

또 초등학생 악플러처럼 본능적인 공격성·비열함·무책임함 등이 교육을 통해 채 다듬어지기 전에 익명성을 통해 표출된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건 타인에 대한 악의적 험담과 무책임한 공격 행위에 대해선 사회적 제재가 필요하다. 몰지각한 행동은 그로 인해 받게 되는 부정적인 피드백, 즉 사회적 불이익을 반복해서 경험하는 과정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교정되기 때문이다. 악플러에 대한 제도적 처벌이 명분을 얻는 이유다.

악플러 자신의 변화 노력도 필요하다. 우선 어린 악플러에겐 스포츠처럼 규칙이 적용되는 신체적 경쟁 상황을 통해 공격성을 바람직하게 해소할 장을 자주 마련해줘야 한다.

열등감이 심한 악플러는 정신과 치료로 열등감의 근원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인격장애인은 자신의 행동이 초래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교정이 쉽지 않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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