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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지구촌 누비며 대박 캔다 … 한국 벤처에도 매년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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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외국계 벤처캐피털인 블루런벤처스는 해마다 한국의 벤처기업 한두 곳에 투자하기로 했다. 한국이 비교우위를 지닌 모바일(단말기·소프트웨어)과 뉴미디어(디지털 게임·영상) 부문의 벤처 기업을 주로 키울 예정이다. 블루런벤처스는 핀란드의 세계 최대 휴대전화기 업체인 노키아가 주요 주주로 지분을 출자한 회사여서 주목된다. 국내 대학생들이 여는 벤처 창업 경진대회도 계속 지원키로 했다. 한국을 ‘모바일과 인터넷 미디어 강국’으로 보고 국내 벤처기업과 유망 청년사업가를 적극 육성하겠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서울에 들른 윤관(33·사진) 블루런벤처스 대표를 2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만났다. 이 회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 있다. 실리콘밸리 지역이다. 윤 대표는 이 인근의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이다. 1999년 유럽에서 금융전문가로 활약하다 2000년 미국에 건너가 지금 회사의 핵심 파트너(이사)가 된 뒤 2003년 부사장, 2005년 대표가 됐다. 이듬해에는 구본무 LG 회장의 맏사위가 됐다.

-블루런벤처스는 어떤 회사인가.

“노키아가 98년 각국의 벤처기업에 투자하려고 설립한 ‘노키아벤처스’의 후신이다. 투자 영역이 모바일에서 정보기술(IT)·미디어까지 넓어지면서, 미 골드먼삭스 같은 유명 투자회사들이 잇따라 참여해 노키아 지분은 초기 100%에서 10%대까지 낮아졌다. 그래서 2005년 회사명을 바꿨다. 블루(우주에서 본 지구의 파란 모습)+런(달리다)의 의미처럼 지구촌 구석구석을 다니며 대박거리를 찾는다.”

-한 해 투자 규모는.

“운용자금이 1조5000억원 이상이다. 전문가 20명이 한 해 접수되는 8000여 종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해 10곳 정도에 투자한다. 한국계 벤처기업인이 보낸 것도 15% 된다. 한국은 뉴미디어에 경쟁력이 있어 매년 한두 곳을 지원할 생각이다. 한국의 디지털 게임이나 영상 사업에 조만간 돈을 댈 예정이다. 인터넷(IP)TV 분야에선 브라우저에, 와이브로에선 무선 칩에 관심이 있다.”

-한국의 대학 동아리가 여는 벤처행사를 지원하는데.

“실리콘밸리 본사에서도 인근 스탠퍼드대와 UC버클리대의 학생들과 유대가 깊다. 젊은 세대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사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서울대 학생 벤처 네트워크’가 매년 11월 주최하는 대학생 벤처 창업 경진대회를 돕고 있다. 뛰어난 창의력·벤처 정신을 한국 대학생들이 마음껏 발휘하도록 하고 싶다.”

-좋은 벤처캐피털의 요건은.

“돈(운용자금)이 다가 아니다. 수많은 벤처기업을 접하며 쌓은 경험과 네트워크(인맥)가 큰 자산이다. 좋은 벤처캐피털은 기업에 필요한 모든 걸 지원해야 한다. 좋은 경영진이나 우수한 기술, 필요한 영업망을 제안할 책임이 있다.”

-국내 벤처업계가 개선할 점은.

“미국 벤처기업은 벤처캐피털의 조언을 간섭이라 생각지 않는다. 이에 비해 한국의 창업자는 이래라 저래라 한다며 마땅찮게 여기는 경우가 있다. 외부 컨설팅에 좀 더 개방적이어야 한다.”

-LG 가문의 사위라는 주변 눈길이 부담스럽지는 않은가.

“미국에서 생활해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LG와 연관된 사업도 없다. 가족으로서 서로 존중하고 격려해 줄 뿐이다. 대략 6주마다 한국 출장을 온다. 그때마다 어르신들께 인사 드리고 석 달 된 딸 소식을 전한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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