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 특별전 "너무 어려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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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험학습 온 초등학생들이 독립기념관 특별전을 관람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단지(斷指)동맹 결사대 취지서’. [천안=조한필 기자]

독립기념관은 임시정부 수립 85돌을 기념, 두달 간 예정으로 지난달 13일부터 임시정부관(제7전시관)에서 '한국독립운동 선언서.격문(檄文) 특별전'을 열고 있다. 항일 독립운동을 재조명, 그 정신을 되새기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전시 방법이 부실해 관람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선언서의 원문 글씨는 너무 작고 한문까지 많아 특히 어린이들은 내용을 거의 파악할 수 없다. 그렇지만 원문(原文)을 쉽게 해설한 전시물은 한 군데도 찾아볼 수 없다.

4, 5월은 전국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현장체험 학습을 실시하는 시기여서 요즘 초등학생 관람객만 하루 평균 1000여명에 달한다. 독립기념관은 이 기간동안 휴무일없이 개관하고 있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3일 이곳을 찾은 경북 칠곡 북삼초등학교 윤샛별(12.6학년)양은 "조상들이 독립 만세를 부를 때 썼던 글이라는 데 무슨 내용인지 도무지 알 수 없어 답답해요"라고 하소연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수박 겉핥기 식'으로 전시장을 스쳐 지나갈 뿐이다.

윤양의 담임교사 김모씨는 "독립기념관이 제작한 청소년 학습자료에 '무슨 내용이 담겨져 있는지 찾아보길 바랍니다'라고 돼 있으나 실제 와 보니 아이들이 내용을 알 수 있도록 배려한 곳은 전혀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선언서 제목에도 자세한 설명이 없어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힘들다"며 '대일 선전 성명서''단지동맹 결사대 취지서'등을 예로 들었다. 선전(宣戰.전쟁 선포), 단지(斷指.혈서를 쓰려고 손가락을 자름)는 어린이에게는 생소한 한자어다.

어른들도 전시물을 이해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정모(36.대전 대덕구)씨는 "원문 글씨가 너무 작아 읽을 수가 없다"며 "'의열단 격문' 등 원문을 확대 전시한 몇 점을 제외하고 읽는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독립기념관은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들이 한국.중국.러시아.미국 등에서 제작.배포한 독립운동 관련 선언문 등 15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특별전 팜플렛에는 "선언서와 격문은 조국의 독립과 해방을 위해 노력한 애국선열들의 독립운동의 이론과 방법이 제시되어 있는 소중한 자료"라고 적고 있다.

한편 전시관 모퉁이에는 '필경대'라고 적힌 어린이 허리 높이의 '작업대'가 있다. 필경(筆耕)은 글쓰는 일을 가리키는 한자어다.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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