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화제>Q채널 '곤충의 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지난해 대구 가스폭발사고에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경험하면서우리는 부실로 얼룩진 건축문화에 치를 떨었다.부실공사의 뒤켠에는 어김없이 인간의 이기와 탐욕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자연 생태를 들여다보면 거기엔 「부실=죽음」이란 냉엄한 자연의 가르침 앞에 「순응」외의 편법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깨우치게 된다.
다큐멘터리 전문 케이블 Q채널(채널25)이 케이블TV사상 처음으로 자체 제작한 2부작 자연다큐멘터리 『곤충의 집』(16,17일 밤10시 방영)은 이런 가르침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지난해 4월부터 1년동안 경기도 연천일대 민통선 지역.양수리.설악산.지리산등 전국각지를 돌며 제작된 『곤충의 집』(연출 윤성웅.박상호)이 주는 메시지는 「비록 미물이지만 곤충의 세계에는 부실공사란 있을 수 없다」는 사실.
제작팀은 올6월 민통선에서 발견돼 곤충학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물거미를 카메라에 담는 개가를 올렸다.
몸전체로 피부호흡을 하는 다른 물속 곤충과 달리 솜털이 난 꼬리부분에 공기방울을 달고 다니며 호흡하는 물거미만의 독특한 생태도 담았다.
물거미의 집짓기 모습은 특히 눈길이 가는 부분.공기방울집을 수초사이에 설치하는 물거미는 접착력 강한 거미줄을 이용,집을 수초에 수차례 단단히 묶는다.물살에 떠밀려갈 것에 대비해 돌을매달기도 하고 「공사」가 끝난후에도 사후점검을 한다.『돈을 위해 자재 빼먹기등 부실시공에 혈안인 우리 건축문화를 떠올리며 낯이 뜨거웠다』는게 윤성웅PD가 털어놓은 촬영소감.
쌍살벌이 산란을 위해 집을 짓는 과정과 부화한 알이 성충이 되는 과정도 포착됐다.바위 표면에 기둥을 세우고 그 기둥끝에 집을 지어 매다는 집짓기 과정도 공개된다.「식구」가 늘면서 방을 「개보수」하고 때론 「보강공사」도 하며 부실을 예방하는 부지런한 모습이 극히 교훈적이다.
곤충의 집짓기에 대한 이번 촬영에는 고도의 테크닉이 요구됐다.제작팀은 초접사 렌즈.입체 현미경 렌즈.이노비전 카메라등 초정밀 촬영장비를 동원,미세한 곤충들의 경이로운 세계를 온전히 담아내는데 성공할수 있었다.
장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