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문화체험>첨단화된 예능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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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세계화에 따른 무한경쟁 시대로의 돌입은 보수의 대명사로 알려진 교육계마저 변화시키고 있다.정부의 교육개방 일정은 당초 예정보다 앞당겨지고 있고 교육기관 설립을 위한 조건들도 대폭 완화되는 추세여서 그야말로 이땅에 교육의 춘추전국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같다.
이런 위기상황을 맞은 기존 교육기관들이 다각적인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컴퓨터와 멀티미디어등 첨단기술과 기기를 도입한 정보화 작업이다.
얼마전 무역회관에서 열린 교육박람회는 이런 추세에 한발이라도더 앞서려는 전국 각 대학들의 몸부림을 보여줬다.그러나 예능교육 분야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교육시장 개방이 몰고올 위기로 말하자면 예능교육 쪽이 더 긴장해야 할 형편이다.
변칙적이긴 하지만 이미 해외 유명 교육기관들이 분교 형태로 들어와 있고 모스크바음악원.볼쇼이발레학교는 정식계약을 통해 우리쪽의 동업자를 확보해 놓고 분교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물론 예능교육의 성패는 개인의 능력과 경험에 크게 좌우되는 것이고 그런만큼 지금까지 첨단기술과 기기를 이용하려는 노력이 다른 교육분야만큼 활발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교육기관이 아닌 한 개인의 차원에서 예능교육에첨단기기와 기술을 도입하려는 첫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현재 코리안심포니의 비올라 수석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과 단국대.선화예고.계원예고등에서 가르치고 있는강창우(36)씨.
강씨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음악이론 석사과정에 입학,합리적.과학적 사고를 위한 학문적 토대를 닦았고 헝가리 리스트음악원 유학시절에도 틈틈이 첨단기술과 기기를 응용한 새로운 교수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귀국후 본격적으로 후학을 가르치면서 그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된 그는 결국 스스로 새로운 교수법을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물론 여러 전문가들의 조언과 조력을 구할 수 밖에 없었고 특히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며칠 밤낮 을 뜬눈으로 보낸 적도 있었다.
강남구청 옆에 위치한 40여평의 작업실은 각종 첨단기기와 컴퓨터만 없다면 작고 우아한 연주회장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학생들에게 항상 무대 분위기에 익숙하게 함으로써 평소의 연습이 곧바로 연주회장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란다.
마이크와 함께 통제실에서 작동되는 비디오 카메라는 학생들이 서는 위치의 정면과 측면,그리고 머리 위로 장치되어 있었고 정면과 측면상에 45도 각도의 카메라가 한대 더 있었다.
학생은 수업도중에도 항상 모니터와 스피커,대형 스크린을 통해여러 각도에서 찍은 연주모습과 소리를 확인함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결점을 정확하게 발견할 수 있다.또 교사는 학생들의 결점을어렵게 설명하고 질책할 필요없이 적절한 교정방 법만 알려주면 된다. 한편 통제실의 컴퓨터는 이렇게 기록된 학생들의 연주결과를 다각도로 분석한 데이터베이스로 저장,시행착오를 줄여나가게 됨으로써 결국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실기지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강씨는 앞으로 더 많은 노력과 재원을 투자해 보다 효과적인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 앞선 연구결과가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도입할 용의가 있고 누구든지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노하우를 전수할 의사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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