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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력=탄탄한 하체+α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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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호 16면

지난주 한 지인과 라운드를 했다. 50대 초반의 나이에도 270야드를 넘나드는 드라이브샷이 일품이었다. 함께 라운드하던 동반자들은 그의 샷거리에 혀를 내두르면서 한마디씩 했다.

정제원의 캘리포니아 골프 <27>

“저렇게 멀리 칠 수만 있다면 골프가 얼마나 쉬울까.”

지금 이 시간에도 거리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주말 골퍼들이 한두 명이 아닐 게다. 그렇다면 장타자의 공통점은 뭘까. 대체로 체격이 좋은 사람이 공을 멀리 치는 건 분명하다. 그렇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키는 크지 않은데도 장타를 펑펑 터뜨리는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한국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얼마 전 한국에 온 앤서니 김이 바로 그런 경우다. 그의 키는 1m75㎝. PGA투어 선수치곤 작은 편이다. 그런데도 키가 1m88㎝나 되는 타이거 우즈와 샷거리가 맞먹는다. 지난해 앤서니 김의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는 우즈와 똑같은 302.4야드였다. 이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앤서니 김은 “거리는 하체에서 나온다”고 잘라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하체를 강화하기 위해 달리기와 미식축구·농구 등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장타자의 공통점은 하체가 탄탄하다는 것이다. 하체가 빈약한 사람치고 장타를 날리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하체가 튼튼한 사람은 모두 장타자일까. 그건 아니다. 장타의 요건은 튼튼한 하체는 기본이고, ‘+α’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장타를 날리기 위한 ‘+α’는 뭘까. 그건 ‘순발력’과 ‘임팩트’다. 장타를 날리려면 백스윙 때 축적했던 힘을 눈 깜짝하는 순간 폭발시킬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게 바로 순발력이다. 순발력이 좋아야 헤드스피드가 빨라진다.

임팩트도 빼놓을 수 없다. 아무리 하체가 탄탄하고 헤드스피드가 빨라도 임팩트 순간 공에 힘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앤서니 김은 특히 이 능력에서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누구보다 공을 정확하게 때려낸다는 뜻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앤서니 김은 클럽을 무척 짧게 쥐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드라이버건 아이언이건 마찬가지다. 이게 결국 정확한 임팩트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추어 골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평소 등산을 하면서 하체를 단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틈날 때마다 무거운 대(大)빗자루를 휘두르는 연습을 하는 거다. 이건 캘리포니아 골프스쿨(PGCC)에서 배운 방법이다.

수영을 예로 들어 보자. 오리발을 끼고 수영을 하면 평소보다 쉽게 앞으로 나갈 수 있다. 그러다가 오리발을 벗으면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곧 발차기 동작의 중요성을 몸으로 깨닫게 된다. 골프 역시 마찬가지다. 커다란 대빗자루를 허공에 휘두르는 연습을 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스윙 스피드가 빨라지는 소득을 얻을 수 있다. 여건만 된다면 장작을 패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다가 드라이버를 쥐게 되면 손오공이 여의봉을 쥐는 듯한 가벼운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게다. 그러곤 앤서니 김처럼 클럽을 짧게 잡는 거다.

임팩트까지 좋아지면 장타자 반열에 오르는 건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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