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은행경영체제의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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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 은행의 경쟁력이 약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담보에만 의존해 경영하려는 자세,외부의 힘에 의해 지나치게 흔들리는 은행장의 허약한 위상 등으로 우리 은행은 사실상 자율경영체제를 갖추지 못했다.이 때문에 은행의 각종 수익 지표는 말할것도 없고, 은행직원 1인당 생산성도 외국은행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이처럼 허약한 경영체질로는 금융시장이 전면 개방되는 상황에서는 외국은행과의 경쟁이 거의 불가능하다.
정부가 금융연구원의 공청회형식을 빌려 마침내 은행경영체제를 대대적으로 개혁하겠다고 나선 것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이번 개혁안의 골자는 대기업에 의한 금융자본의 지배를 막는다는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은행의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하자는 것이다.따라서 이번 개혁안은 일종의 과도기적 타협안이다.은행의 주인찾기라는 현실적 필요성도 살리고 기업집단에 의한 은행지배를 막는 명분과 접목시켰다고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은행의 지배구조가 시장에서의 주식거래에 의해 자연스럽게 결정되고 나아가 은행간의 통합이 이뤄질 수 있어야 은행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주인이 없으면서도 은행장에 과도한 권한이 집중된 현행체제는 은행의 경영혁신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이번 개혁안이 은행장추천위원회를 없애고 비상임이사 중심으로 이사회를 개편하거나,혹은 이사회와는 별도로 경영위원회를 만들자는 것은 분명 진일보한조치다.두가지 대안중에서는 주주의 대표성이 반영되는 경영위원회안이 더 바람직하다.비상임이사가 주체가 돼봐야 전문성도 부족하고 들러리만 설 가능성이 높다.단기적으로 이번 개혁안은 은행권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왜냐 하면 은행의 경영개선은 결국 인원감축이라는 합리화노력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그러나다소 고통스럽더라도 당장 개혁에 착수하지 않으면 직장이 송두리째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최후의 고려요인으로 삼아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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