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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레터] 좋은 글은 진실한 영혼에서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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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올해로 등단 40년을 맞은 소설가 한승원이 글쓰기 책을 냈습니다. 글쓰기의 본질과 잘 쓰는 방법을 담은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푸르메)입니다. ▶동물적인 본능으로 글감을 확보하라 ▶작은 글감 두세 개를 교배시켜라 ▶멋스러움과 슬픔의 간극을 이해하라 등 작가의 문학 인생에 녹아있는 금과옥조 교훈들을 전하는 책이지요. 비법의 각 항목마다 작가 스스로가 자신의 작품 중에서 잘 됐다 싶은 부분을 사례로 뽑아 실었으니, 예문 읽는 재미도 상당합니다.

책의 제목은 ‘…비법’이지만 단순한 실용서는 아닙니다. 작가가 초점을 맞춘 부분은 글쓰기의 ‘기술’이라기보다 글쓰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입니다. 글은 갈고 닦은 사유와 진실한 마음, 올곧은 삶 저 깊은 곳에서 절로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믿는 작가의 소신이 시종일관 강조되지요. 그가 제시한 글쓰기의 비법 중 ▶착하고 정직하고 솔직하게 써라 ▶향기롭게 써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써라 ▶육체와 영혼을 다스려라 등 자기 수양을 요구하는 내용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고희의 작가는 “글에는 그것을 쓴 사람의 진실이 보석처럼 박혀 있기도 하고 허위의 구린내가 만장처럼 너풀거리기도 한다”면서 “좋은 글을 쓰려면 먼저 영혼이 순수하고 진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람의 성품과 문장의 모양새는 서로 비슷하다는 것이지요. 인품과 글 모두 “거연(巨然)하고 거침이 없되 교만하지 않으며, 욕됨을 참아내기와 하심(下心)으로써 중생을 사랑하고, 검소하되 인색하지 않고, 섬세하되 조잡하거나 옹졸하지 않고, 소탈하되 천박하지 않고, 유창하되 약장수처럼 떠벌리거나 너스레를 떨지 않고, 걸림 없이 말하되 막살이하는 투의 호들갑을 떨지 않고, 화쟁(和諍)하되 이래도 흥 저래도 흥 두루뭉수리하지 않고 반드시 진리 하나를 도출해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충고입니다.

이런 글쓰기의 주의점들은 인터넷 댓‘글’에서도 마찬가지겠지요. 죽음을 놓고도 악플을 다는 세태에서 너무 형이상학적인 주문일까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탤런트 최진실씨 관련 기사 아래 적혀있는 ‘댓글 차단’ 안내문이 부끄럽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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