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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는 8명인데 왕자는 단 1명 … 차세대 일본왕실 ‘딸들의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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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 왕실의 차세대로는 9명이 있다. 1명의 아들과 8명의 딸이다.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차남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가 2년 전 아들 히사히토(悠仁)를 낳기 전만 해도 일본 왕실이나 정계에선 걱정이 많았다. 일본 왕실의 규정을 담은 ‘황실전범’은 아들만이 왕위를 계승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19세기 후반 메이지(明治)유신 이후 가부장적인 사회 문화를 강조하면서 만들어진 규정이었다. 그런데 아키히토 일왕의 직계·방계 손주뻘 후손 가운데 아들이 없자 일본 정계는 고민 끝에 여성도 왕위를 계승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까지 적극 검토했다. 이 방안은 사회적으로도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다 히사히토가 탄생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 논란은 순식간에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여전히 8명의 공주가 일본 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이들이 왕위계승과는 관계없이 앞으로 일 왕실을 대표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일본 주간지 아에라는 최근호에서 ‘차세대 여성 황족’이란 기사에서 이들의 근황을 상세히 소개했다.

일본 궁내청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일본 왕실 가족 사진. 앞줄 왼쪽부터 마사코 왕세자비, 아이코 공주, 나루히토 왕세자, 아키히토 일왕, 미치코 왕비, 아키시노노미야 왕자와 그의 아들 히사히토, 기코 왕자비. 뒷줄 왼쪽부터 아키시노노미야 왕자의 두 딸인 마코와 가코 공주. [중앙포토]

◆인기짱은 아이코=일 왕실에서는 일왕 직계 여성은 ‘내친왕(內親王)’, 방계는 ‘여왕(女王)’이라고 부른다. 왕족 여성이라도 평민과 결혼하면 평민이 된다. 3년 전 일왕의 딸 노리노미야(紀宮)가 평민과 결혼해 출가한 뒤 현재 왕실에는 8명의 공주가 있다. 이 중 가장 언론의 관심을 받는 공주는 단연 일왕의 장남 나루히토 왕세자의 딸 아이코(愛子·6)다. 올해 왕족들이 다니는 학교인 가쿠슈인(學習院) 1학년이 된 아이코가 소풍이나 운동회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모습은 항상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깜찍한 외모 외에도 사실상 왕실의 ‘장자 교육’을 받고 있다는 상황 때문에 일본인들은 그를 공주 이상의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다음으로 주목받는 사람은 일왕의 차남 아키시노노미야의 장녀 마코(眞子·16). 올해 가쿠슈인 여고 2학년인 마코는 그동안 부모와 함께 각종 왕실 행사에 참석했으나 올해부터는 단독 공무를 수행하고 있다. 4월 도쿄 우에노(上野)동물원에서 말을 분양하는 행사에는 왕실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다. 인터넷에는 ‘프린세스 마코’라는 제목으로 각종 동영상과 애니메이션이 올려져 10대들 사이에서 우상이 되고 있다. 가쿠슈인 여자중등과에 다니는 마코의 동생 가코(佳子·13)는 지난해 도쿄도 스케이트연맹이 주최하는 피겨스케이트 연령별 대회에서 우승했다. 중학생이 된 뒤에는 부모와 함께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학문과 사회사업 활동=일왕의 사촌동생인 미카사노미야(三笠宮)의 장녀 아키코(彬子·26)는 영국에서 미술사 공부를 하고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의 여동생이 어머니인 아키코는 가쿠슈인대학을 졸업한 뒤 2004년 영국으로 유학을 가 해외에 있는 일본 미술품 컬렉션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박사학위를 받으면 일 왕실 최초의 ‘여성 박사’가 된다. 아키코의 동생 요코(瑤子·24)는 일본적십자사에 근무하는 커리어우먼이다. 가쿠슈인 초등과 시절 검도를 시작한 그는 대학 때는 여자검도부 부주장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최근엔 적십자사 일 외에도 건강이 좋지 않은 부모와 해외 유학 중인 언니를 대신해 각종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자유분방한 공주도=일왕의 사촌동생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고 다카마도노미야(高円宮)의 장녀 쓰구코(承子·22)는 가쿠슈인대학과 영국 명문 에든버러대 등 학교를 옮겨다녔으나 졸업하지 못하고 올 7월 귀국했다. 이후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에 신입생으로 입학해 학업을 계속하고 있다.

활달한 성격의 쓰구코 공주가 구설에 오른 것은 그가 영국 유학시절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이 발단이 됐다. 회원제 인터넷사이트 ‘믹시’ 등에 “내가 좋아하던 사람은 게이였다” “나도 부모만 허락한다면 가슴에 도마뱀 문신을 하고 싶은데. 아마 그럼 인연을 끊자고 하겠지(크크)”라는 글들이 그의 사진과 함께 올랐다.

주간지에 보도되자 이런 글들은 인터넷에서 삭제되거나 사이트가 폐쇄됐다. 아에라는 “쓰구코는 어찌 보면 평범한 여대생의 모습이지만 궁내청에서는 세 번째 대학생활을 시작한 그를 두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소개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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